제22장
뒤돌아섰더니 나를 바라보는 나민준의 눈빛은 그윽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앞으로 걸어갔다.
“미친 사람처럼 굴 거면 저까지 엮지 말아 주세요.”
나민준이 나를 쫓아오면서 말했다.
“에이, 장난친 거 가지고. 왜 화를 내고 그래.”
...
나민준한테 밥 사기로 한 곳은 정서현이 추천한 곳이었다.
정서현의 외삼촌이 마침 경성 사람이었고, 정서현도 10살까지 이곳에서 살았으니 절반은 경상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정서현이 추천한 레스토랑이 나민준이 나를 데리고 간 핫플보다 맛이 더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나민준이 주차하고 있을 때 나는 레스토랑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반나절이 지나도 나민준은 보이지 않았다.
그를 찾으러 가려다 또 고서준과 이지현을 발견했고, 그들이 나를 발견하기 전에 얼른 숨었다.
동작이 빨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았는데 고서준이 귀신처럼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난 것이다.
“꺅!”
나는 놀란 나머지 뒤로 물러서다 돌을 밟아 미끄러져 뒤로 넘어질 뻔했다.
내가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팔 하나가 나의 허리를 감싸는 것이다.
바닥에 넘어질 줄 알았는데 고서준의 향기가 가득한 품에 안기고 말았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고서준과 눈이 마주쳤고, 그의 그윽한 눈빛을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고마워.”
나는 다급히 자세를 다잡고 고서준의 손을 뿌리쳤다.
고서준 역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면서 나랑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아까 설마 일부러 나한테 안긴 거 아니야? 이건 또 무슨 수작이래?”
수작이긴 개뿔!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농담도 참. 네가 갑자기 귀신처럼 나타나 날 놀라게 하지 않았다면 넘어질 일도 없었겠지. 고서준, 이러는 거 하나도 안 멋있거든?”
“그래?”
고서준이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와 말싸움하기 싫은 나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뒤에서 고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수아. 나민준 멀리해.”
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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