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그 뒤로 나민준은 나한테 연락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나는 정서현의 개인 자료를 들고 부동산 중개인을 찾아 저번의 집을 계약하기로 했다.
그런데 잔금을 무는 날, 나민준이 또 나타났다.
그는 호텔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갔을 때, 그는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
“어머, 잔금 내러 갈려고? 내 도움을 받으면 좋을 텐데.”
나민준은 어느 여자보다도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조금 붉은 기가 있는 얼굴을 보니 그때 그 요양원에 있던 여자가 떠올랐다.
“도련님 도움 필요 없어요. 저 혼자 감당할 수 있어요.”
“쯧.”
나민준은 나의 팔을 잡고 차 안으로 쑤셔 넣었다.
“도움을 받기 싫어하는 사람은 멍청한 거야.”
차에 시동이 걸리고, 억지로 나민준 차에 앉은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공짜로 굴러온 도움은 받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양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이 집이 나씨 가문 건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도 3,000분의 1 정도의 대출금을 아낄 수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었다.
나민준은 의자에 기대에 한쪽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건들거리면서 말했다.
“돈방석에 앉게 되었네.”
나는 은행 잔액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야 도련님보다 하겠어요?”
“나한테 어떻게 보답할 건데?”
나민준은 자세를 바로잡더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나는 피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식사 한 끼 대접해 드릴게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요.”
나민준은 내가 말을 바꿀까 봐 바로 벌떡 일어서더니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그래. 지금 가.”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핸드백을 챙기고 밖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갔더니 맞은 편에서 고서준과 이지현이 걸어오는 것이다.
나민준을 끌고 다른 길로 가려고 할때, 이지현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김수아. 여기서 다 만나네. 왜 여기 있어?”
나도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러게. 이런 우연이.”
그런데 속으로는 정말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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