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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장

... 은산시 고씨 가문. 고서준은 허약한 상태로 고명준 앞에 앉아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할아버지, 이러는 거 지현이 버릇만 나빠져요.” 고서준은 창백한 얼굴로 위엄이 넘치는 고명준을 쳐다보았다. “지현이는 더이상 단순하고 귀엽고 몸이 허약한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라고요. 저번에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서 억울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뻔했다고요. 그때는 어려서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을 거라면서 보호해 주라고 해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요? 지금은 아예 깡패한테 시켜서 수아를 납치하라고 한 것도 모자라 나체 사진까지 찍어 성추행하게 했다고요. 그래도 아직 철없는 아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침묵을 지키고 있던 고명준은 예리한 두 눈으로 고서준을 쳐다보면서 한참뒤에야 입을 열었다. “지현이가 심보가 고약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 너도 알잖아. 이렇게 하는 거 다 너 때문이잖아.” “김수아라는 애가...” 고명준은 잠깐 멈칫하고는 싫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걔가 널 유혹하지만 않았다면 지현이가 그런 짓을 했겠어?” 주먹을 꽉 쥐고 있던 고서준이 반박하려고 하는데 고명준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서준아, 우린 지현이한테 빚진 것이 너무 많아.” “납치 사건을 뒤집어쓸 만한 사람을 찾든, 경찰을 매수하든...” 고명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지현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고명준은 멈칫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너희 둘을 유학 보낼 거야. 유학 끝나서 돌아오면 너희 둘 바로 결혼시킬 거고.” 고서준은 콧방귀를 뀌더니 뒤로 물러서면서 고개 들어 고명준과 시선을 마주했다. “할아버지, 저는 더 이상 할아버지처럼 지현이 잘못을 덮어주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전 지현이랑 결혼할 생각도 없어요. 마지막으로 수아가 절 유혹한 것이 아니라 제가 쫓아다녔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러고서 뒤돌아 성큼성큼 집을 나섰다. 고서준은 고명준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 어두운 표정으로 그가 떠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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