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장
나는 입을 움찔거리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정 없는 말투라고 할까 봐 두려웠다.
“고서준.”
나는 한순간 그를 바라보면서 죽음의 신을 믿냐고, 전생과 환생을 믿냐고, 전생에 우리 둘이 비극을 맞이한 사이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나마저도 가끔 전생이 상상으로 만들어진 기억이라고 착각할 정도인데 더욱이 고서준은 믿어줄 리가 없었다.
고서준은 내가 말을 이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전에는 너를 좋아하느라 힘들었어. 정말 너무 좋아했는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쳤어. 너도 내가 오래 견지 못 하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나는 고서준을 향해 피식 웃었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 맞나봐. 너를 좋아하는 것도 잠깐이었어.”
“지금도 날 좋아하고 있잖아.”
고서준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이런 말을 하면 내가 믿어줄 것 같아? 김수아, 왜 너 자신까지 속이는 거야?”
고서준이 옆으로 눕는 바람에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왠지 듣고 싶은 말을 듣지 못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를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한테서 떨어지게 하는 마땅한 핑곗거리를 찾지 못했다.
나는 갑자기 십자가에 놓인 듯이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서준이 내 손을 꽉 잡고 있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고서준은 가까이할수록 중얼거리듯 나지막하게 말했다.
“수아야, 너 자신마저 속이지 말아줄래?”
“고서준...”
나는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고는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날 너무 몰아세우지 마.”
한참 동안 병실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고서준은 잡고 있는 내 손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래. 몰아세우지 않을 테니까 날 너무 밀쳐내지 마. 수아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너였어. 난 다른 사람을 좋아한 적 없어. 지현이는 할아버지 전우의 손녀딸이야. 그리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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