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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장

“김수아, 나를 꼭 밀쳐내야겠어?” 고서준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목소리마저 차가워졌다. 곧 고서준한테서 들을 말이 두려워 나는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너도 날 좋아하잖아. 왜 아닌 척하는 건데? 내가 칼에 찔렸을 때, 두려워했잖아. 나한테 했던 말도 똑똑히 들었어.” 고요한 수면에 돌 하나를 던진 듯이 파동이 일렁거렸다. 애써 잊으려고 했던 기억을 다시 억지로 끄집어냈을 때는 나 자신을 더이상 속일 수 없었다. 칼에 찔린 순간 고서준은 피로 물들어지고 말았다. 피로 물들어진 셔츠를 보고 있는데 힘겹게 나한테 걸어오면서 밧줄을 풀어주고는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두려웠다. 전생에 그가 나를 영원히 사랑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는 것보다도 더 두려웠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까 봐, 그의 소식을 듣지 못할까 봐, 다시 그를 떠올렸을 때 죽기 전의 모습만 떠오를까 봐, 그를 사랑할까 봐 두려웠다. “나 좀 쉬면 안 될까?” 힘 빠진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 몰랐다. 고서준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의사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괜찮은 것만 확인되면 갈게.” 나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뇌진탕에 고막이 뚫린 나는 고서준의 수술을 신경 쓰느라고 몸이 불편한 것도 잘 몰랐다. 수술이 끝나고, 긴장이 풀리자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검사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은 침대에서 내려오지 말라며, 어지럽고 메스꺼운 증상은 두 날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떠나고, 고서준은 오정숙더러 나를 돌봐주라고 하고는 혼자서 휠체어를 끌고 자기 병실로 향했다. 오정숙이 걱정되는 마음에 뒤에서 밀어주려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 오정숙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뒤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듬직한 고서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고서준, 아줌마더러 데려다 달라고 해.” 고서준이 멈칫하더니 뒤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나를 밀쳐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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