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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장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빠가 누구를 잘못 건드린 건 아니겠지? 아니면 아빠가 꾸민 일인가?’ 위이잉. 고개 숙여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쳐다보았더니 내 가방이 나랑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구석에 버려져 있는 것이다. 움직여 보았지만 손과 발이 단단히 묶여있었다. 한참 지나서야 의자 등받이에 튀어나온 나뭇조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출구를 쳐다보면서 슬슬 밧줄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손에 힘을 쓰자 조금 느슨해진 느낌이었다. ‘희망이 보여.’ 또 한참 지나 밧줄 하나가 끊어진 걸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때, 문밖에서 한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년이 깨어났는지 확인해 봐.”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얇은 사람이 대답했다. “네.” 곧이어 꾹 닫혔던 문이 열리고, 나는 두려움을 꾹 참고 일부러 깨어나지 않은 척 고개를 숙였다. 그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는 느낌이었다. 상대방은 다가와 거칠게 내 턱을 잡고 들어 올렸다. 나는 그의 손길을 피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고 내 얼굴을 마음껏 쓰다듬게 내버려 두었다. “일어나봐! 일어나보라고! 촉감이 살아있네.” 그의 손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을 때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수야, 뭐 하는 거야. 깨어났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용수라는 사람은 순간 손을 거뒀다. “확인하고 있어요. 일부러 깨어나지 않은 척 연기할까 봐서 그래요.” 나는 그가 밖으로 나가면서까지 나를 쳐다보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문이 다시 닫히고,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에틸에테르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아직 깨어나지 않나 봐요. 저희 이대로 기다리고 있어요?” 용수가 사악하게 웃었다. “철민이 형, 제가 지금까지 놀아온 여자 중에서 제일 이쁜 것 같아요. 언제면 움직일 수 있는 거예요? 더는 못 참겠어요.” 철민이라는 사람의 말투는 왠지 불쾌해 보였다. 이어서 그가 하는 말에 나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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