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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장 피아노를 잘 치세요

“돈이 필요하면 내가 줄게. 그리고 이 별장에서 생활하는 게 뭐 푸대접한 적도 없잖아. 왜 오로지 밖에 나가려고 하는 건데? 정말 도망가고 싶어서 그래?” 엄한 목소리를 말을 하던 박지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서희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아당겼다. “내가 요 며칠 밖에 나갈 수 있게 그냥 내버려두니까 자유분방해진 거야? 활활 날개라도 펼치고 싶다 이거야?” 강제로 문에 기댄 민서희는 박지환의 분풀이를 들으니 깊은 무력감이 느껴졌다. “지환 씨, 내가 인간인 거죠? 그럼, 왜 나는 나가서 일할 수 있는 권리조차 없는 거예요?” “나가서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능력은 돼야 하잖아. 너는 내가 없으면 밖에서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 건데? 밖에서 얼어 죽어도 아무도 몰라! 알아?” 박지환은 이 세상 사람들이 장님을 포용할 수 없다는 것만 알려주려고 했었는데 내뱉고 있는 말들은 듣기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 마음을 쿡하고 찌르는 말들에 깨물고 있던 입술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으나 민서희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박지환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줄게. 너한테 자유를 안 주는 게 아니잖아. 이만큼 충분한 자유공간도 주는데 앞으로 일하겠다는 말만 하지 말아 줘. 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바로 달려갈 수도 없잖아.” 민서희는 차가운 손끝으로 그를 밀쳤다. “알겠어요.” 박지환은 고집스러운 그녀의 턱을 들었고 텅 비어 있는 눈빛에 짜증이 났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나가 볼게요.” 민서희는 문고리를 비틀어 방문을 나섰다. 들어오기 전부터 예상했었던 결과였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원하는 게 너무 많았었나 보다. 민영매도 무사히 돌아왔고 그거면 충분한데 박지환의 인내심을 한사코 건드렸으니 말이다. 방으로 돌아와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서희를 보니 결과가 짐작이 간 정만향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 그래? 대표님이 거절했어?” 민서희는 웃음을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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