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안시연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새로 산 만화책을 보았다. 만화책의 내용은 그녀의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바깥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그녀는 박성준이 돌아온 것임을 확신했다.
‘흥. 미운 사람이 왔네.'
안시연은 엉덩이를 움직이며 현관문을 등져버렸다. 박성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춤을 추고 난 박성준은 당연히 안시연이 보고 싶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어 바빴던지라 그는 안시연과 제대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었고 자기 전 이야기를 들려줄 시간도 없었다. 회사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술잔을 기울여야 했지만 업무가 남아 있다는 핑계로 연회장을 먼저 빠져나왔다.
“나 왔어.”
그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소파에 앉은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
“왜 그래?”
그는 안시연의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손을 그녀의 다리에 올렸다. 안시연은 그런 그의 손을 짜증을 내면서 쳐냈다.
안시연이 자신에게 왜 이러는 것인지 박성준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박성준을 무시하고 차갑게 그의 목에 걸린 넥타이를 보았다. 볼을 잔뜩 부풀린 그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거 돌려줘요.”
“넥타이? 왜? 날 위해 산 거라고 하지 않았나? 왜 돌려달라고 하는 거야?”
“돌려줘요!”
안시연은 고집을 피우며 같은 말을 반복하더니 이젠 손을 뻗어 억지로 빼내려고 했다.
“알았어. 알았어.”
박성준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비록 그녀가 왜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녀의 말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잘못은 그에게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할게. 내가 풀어서 줄게.”
박성준이 넥타이를 풀자마자 안시연은 확 낚아챈 후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이내 방으로 들어가 서랍을 뒤져보았지만 가위는 보이지 않았다.
“시연아, 왜 그래? 그 넥타이에 문제 있었던 거야?”
“가위가 필요해요.”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눈으로 박성준을 보았다.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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