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안시연은 거의 흘러내릴 뻔한 콧물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냥...”
탁한 코맹맹이 소리가 목소리 틈새로 배어 나왔다.
“나는 행운이한테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그것마저 못 하게 한다는 건 행운이가 내 목소리를 기억도 못 하게 하겠다는 거잖아요.”
안시연은 단순히 사실만을 전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자, 서러움이 밀려왔다.
황당해진 박성준은 턱을 잡아, 푹 숙이고 있는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은 빨갛게 충혈된 채 큰 억울함을 당한 듯한 불쌍한 표정에 박성준은 마음이 약해져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네 목소리를 기억 못 하게 하느라 빼앗은 게 아니라, 네가 읽는 게 힘들까 봐 내가 읽어주려고 한 거야.”
“정말요?”
안시연은 여전히 불안했다.
“나랑 행운이를 떼어 놓으려는 거 아니죠?”
그제야 박성준은 안시연이 말하려던 뜻을 대충 이해했다.
“그래서 이혼할 거냐고 물었던 거야?”
“네.”
박성준은 마치 무언가 재미있는 걸 발견한 듯 검은 눈동자에 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
“이혼할 거였으면 결혼을 왜 했겠어?”
“왜냐하면 대표님이 이 아이를 원했고, 할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잖아요.”
“아하.”
박성준은 결혼했을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결혼할 때는 확실히 그랬던 것 같아.”
안시연은 방금 가라앉았던 서러운 감정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결국 이렇게 인정하는 거야? 아이를 낳으면 이혼하고 나와 행운이를 떼어놓을 거라는 건가?’
역시 전희진의 말처럼 박성준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만을 원하고 있었다. 서러워진 안시연은 고개를 돌려 자기 턱을 잡는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진심을 말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던 박성준은 낮게 웃으며 불난 집 털듯 그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네가 말만 잘 듣는다면 이혼하지 않을 수도 있어.”
‘말을 잘 들으라고?’
안시연은 지금까지 박성준의 요구에 따라 요가, 필라테스, 하루 세 끼 식사까지 모든 걸 시간표에 따라 진행했고 장지현의 수업은 그가 맡겠다고 해서 안 한 것뿐인데 더 이상 어떻게 말을 잘 들으라는 건지 이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