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안가인은 원래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고 온 터라 박현석이 그녀를 알아봐도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층 편안해졌다.
“아저씨, 저예요. 가영이요. 은가영.”
박현석은 순간 얼어붙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눈앞의 이 여자가 은씨 가문 집안의 막내딸이라니...’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기에 그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여전히 선명했다.
‘시연이 엄마 아니었던가? 안 사모님이라 하지 않았어?’
“어떻게 된 거냐?”
박현석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죠. 금성시에서 살게 됐고 고등학교 교사가 됐어요.”
박현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은씨 가문 하고는...”
굳이 나이 많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끝까지 묻지는 않았다.
“저도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어요.”
안가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쓸쓸함이 묻어났다. 은씨 가문 이야기를 하면 더 이상 가슴이 아플 줄 몰랐는데 말이다.
“아저씨, 오늘은 시연이도 없고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찾아뵀어요. 제가 벨리 가든에서 요양할 수 있도록 좋은 방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저를 모르는 척해 주셨으면 해요.”
박현석은 시연이가 유난히 예의 바르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던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이렇게 따뜻하고 성품 좋은 엄마를 둔 아이가 나쁠 리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를 모른 척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쉽지 않을 텐데. 예전에 네가 연수랑 성준이랑 자주 놀러 오던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민정이도 가끔 벨리 가든에 오는데 언젠가 마주칠 수도 있을 거야.”
안가인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만 저를 모르는 척하면 다른 사람들도 다 저를 모른다고 할걸요?”
그리고 박민정이 생각이란 게 있으면 아마 그녀가 벨리 가든에 있다는 걸 소문내지 않을 것이었다.
“좋아, 나도 심심한데 네 연극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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