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박성준의 회의가 끝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원래는 회사에 남아 야근하려고 했으나 새로운 방침을 위해선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 업무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가 주황색 가로등이 켜진 수선정에 들어서자 작은 건물에 1층만 불이 켜져 있고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거실에는 아까 전화로 전해 들은 모습 그대로였다.
장지현은 이동식 화이트보드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고, 안시연은 분홍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체크무늬 잠옷을 입고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거실의 하얀 조명 아래 얼굴 피부는 더욱 하얗게 빛났고, 반짝이는 두 눈으로 집중하며 이따금 허벅지 위에 펼쳐놓은 책에 글을 쓰곤 했다.
얌전히 수업 듣는 모습이 마치 모범생처럼 반듯했다.
박성준이 긴 다리로 몇 걸음 만에 거실로 들어오자 인기척을 들은 최미숙이 말했다.
“도련님, 오셨네요. 식사하셨어요?”
“면이나 삶아주세요.”
인시연이 뒤돌아 현관을 바라보자 박성준이 신발장에 손을 올려놓고 실내화로 갈아신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흔히 보이는 행동인데도 형언할 수 없는 우아함과 절제미가 느껴졌다.
안시연은 아마도 그의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데다 비율도 좋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때론 뒷모습만으로 사람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성준처럼.
안시연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순간 박성준도 허리를 펴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얼떨결에 두 눈이 마주치자...
안시연은 심장이 쿵쾅거려 이내 고개를 돌리고 보드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저 무심코 고개를 돌려 현관을 바라본 척 말이다.
심장이 철렁했다. 수업 시간에 딴짓하다 박성준에게 걸리니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잡힌 것보다 더 무서웠다.
게다가 그는 두 눈으로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선 박성준은 곧장 부엌으로 가 식탁 위에 컴퓨터를 놓고 업무를 봤다.
최미숙이 음식을 들고 다가오자 컴퓨터와 서류를 밀어내고 식탁에서 그대로 식사했다.
거실에서 수업 중인 안시연은 다리를 꼬고 허리를 곧게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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