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
김소연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메뉴를 보다가 약간의 식욕이 돋아 매니저에게 말했다.
“바나나튀김 하나, 매운 양갈비 하나 주세요...”
정서우는 순간 메뉴를 확 잡아챘다. 당장이라도 김소연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소연아, 너 엘이랑 똑같이 담백한 음식 좋아하잖아? 그리고 너 요 며칠 집에서 우울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며. 여기서 왜 갑자기 잘 먹는 척이야?”
“...”
“응?”
정서우는 김소연에게 날카로운 눈길을 보내며 남자의 반응을 힐끔거렸다.
김소연은 차가운 남자를 슬쩍 바라보았다.
‘왜 내가 저 사람의 입맛에 맞춰야 하지? 왜 내가 모든 걸 순응해야지?’
정서우는 테이블 밑에서 그녀를 몰래 꼬집었다.
김소연은 아파서 눈을 부라리며 정서우를 노려보다가 결국 순순히 몇 가지 담백한 요리를 골랐다.
권수혁은 두 사람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웃음을 참았다.
‘속이 다 보이니 귀엽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그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의 얼굴을 보였고 주위엔 냉기가 감돌았다.
전혀 기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네 사람은 매우 어색하고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훤칠한 키의 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갈하게 양복을 정리하자 권수혁이 물었다.
“룸을 어디로 바꾸려고?”
그녀는 냉랭하게 대답했다.
“아무 데나.”
그러고는 김소연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김소연은 그의 냉담함에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정서우는 눈치 없이 권수혁에게 또 물었다.
“수혁 씨, 또 무슨 일정이 있는 거예요?”
“카드 게임이요.”
권수혁이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덧붙였다.
“형 기분이 별로인데 마침 잘됐네요. 소연 씨도 같이 카드 게임 해요.”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권수혁을 쏘아보더니 그저 걸음을 옮겼다.
김소연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카드 게임 좋지! 소연아, 너 카드 게임 잘하잖아. 맞지?”
정서우가 옆에서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다.
김소연은 어이가 없었다.
권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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