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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서약피의 서약
By: Webfic

제37장

‘알레르기가 있으면서도 고양이를 키운다니... 참 독특한 자학 취미를 가진 고립된 남자네.’ 김소연의 솔직한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엘은 차갑게 그녀를 쏘아보았다. “지금 날 욕하는 건가?” “... 그럴 리가요. 칭찬하는 거죠.” “내가 잘생겼다고?” “...” 엘이 입꼬리를 씩 올리는 모습에 김소연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정말 뻔뻔하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물었다. “인테리어가 온통 핑크색이네요. 혹시...” 이옥순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도련님이 직접 지시하신 겁니다.” 김소연은 순간 그 고양이가 너무 부러웠다. ‘정말 고양이를 극진히 아끼나 봐!’ 차가운 표정의 그를 보며 김소연은 문득 상상했다. ‘혹시 딸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겉으로는 성숙해 보이는데 실은 이상한 취향을 가졌으려나?’ 무심결에 그녀는 자기의 탄탄한 배를 살짝 만졌다. “지금 뭐 이상한 생각 하는 거야?” 문턱에 기대선 남자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오르더니 김소연은 급히 보더콜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야옹아. 얘네들은 하루랑 마루야. 잠시 여기서 지낼 거니까 너희끼리 잘 지내야 해.” 그녀는 장난스럽게 고양이와 강아지의 앞발을 잡으며 악수 흉내까지 냈다. “엘,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고개를 살짝 들어 묻는 김소연에 남자의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곧 이옥순이 대답했다. “도련님이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셨어요.” “아유, 너희 아빠 정말 게으르시다. 이름도 안 지어주고! 그럼 언니가 지어줄게.”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 하지만 남자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물었다. “소연 씨는 언니인데 난 아빠? 그럼 우리는 무슨 사이인 거예요?” 김소연의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렸다. ‘어쩜 이렇게 능청스럽게 대화를 엉뚱한 곳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거지?’ 하여 김소연은 애써 엘을 무시했다. “얘 이름은 올리로 하죠. 고귀하잖아요.” 남자는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소연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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