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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장

이지아는 전화를 끊고 길 건너에 마침 과일 가게가 하나 있는 것을 보았다.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너랑 함께 갈 수 없어.” 그녀는 고진혁에게 말하고 나서 맞은편 과일 가게로 걸어갔다. “내일 봐...” 고진혁은 허탈한 듯 이지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소년원에서 나온 이지아는 왠지 모르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보였지만 웬일인지 그는 이지아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이지아와 친구였던 그 좋은 시절을 다시 돌릴 수 없을 것 같았다. ... 이지아는 과일 가게에서 과일 바구니를 하나 산 뒤 택시를 타고 서호 호텔로 갔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파티는 이미 시작됐다. 이지아가 연회장에 들어섰을 때 조규리와 이석진은 이지율을 데리고 여기저기서 술을 권하고 있어서 이번 파티의 주인공인 것 같았다. 조규리는 이지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갑자기 볼륨을 높여 큰소리로 그녀를 향해 꾸짖었다. “이지아, 왜 이렇게 늦었어? 벌써 30분이나 지났는데 난 네가 안 오는 줄 알았어.” “학교가 늦게 끝났어요.” 이지아는 담담하게 대꾸하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내 그녀의 시선은 멀지 않은 주인석의 한 부부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바로 조규리의 큰 형과 형수이며, 동시에 오늘 연회의 주최자이기도 하다. 조규리가 평소 그들 앞에서 이지아에 대해 투덜거렸는지 그들은 이지아를 보고 모두 조금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하객들은 대부분 조규리의 친정 식구들이었는데 이지아가 평범한 차림에 뚱뚱하고 못생긴 모습을 보고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 이지아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그냥 무시한 채 곧장 조규리의 큰형과 형수님 앞으로 간 후 손을 들어 과일 바구니를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두 사람은 이지아의 초라한 선물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조규리의 숙모가 차갑게 한마디 했다. “마음 썼네.” 말을 마친 그녀는 문에서 가까운 곳에 떨어진 자리를 이지아에게 마련해 주었다. 이지아가 자리에 앉자 주변 사람들은 잇달아 의자를 조금 옮겼는데 마치 그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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