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장우빈은 약을 쓰레기통에 던지고는 거울을 보며 부어오른 이마를 가리려고 애썼다. 그리고 머리카락으로 가릴 수 없는 부분은 밴드로 덮어버렸다.
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모임이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장우빈의 얼굴에 난 상처를 묻자 장우빈은 얼버무리며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술잔을 들고 건배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우빈 형님, 오늘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이시네요.”
옆에 있던 동료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맞아요. 요즘 술자리 자주 다니시던데 병원에 한번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 건강해!”
장우빈은 불쾌한 듯 다시 한 잔을 가득 채웠다.
“아마 며칠 잠을 못 자서 그런 거야. 별일 아니야!”
하지만 그 순간 잔을 들던 장우빈은 가슴에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우빈 형님, 괜찮으세요?”
주변 사람들은 장우빈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급히 물었다.
“괜...”
장우빈은 통증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음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
한편 이지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이동욱과 오연주, 이유영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동욱은 이지아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곧 개학인데 공부는 안 하고 매일 밖으로만 돌아다니니? 먹을 때만 집에 들어오고 집을 호텔로 생각하는 거야?”
태성 그룹의 프로젝트를 놓친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 있던 이동욱은 이지아에게 화풀이를 했다.
“어서 와서 밥 먹어.”
오연주는 별다른 말 없이 드물게 하녀에게 이지아를 위해 식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유영은 어머니의 변화를 곁눈질로 살펴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밥그릇을 든 채로 살짝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
“아빠, 언니도 무슨 일이 있어서 늦었을 거예요.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이유영은 효녀처럼 보이려는 듯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착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지아는 이유영의 어설픈 연기를 차갑게 지켜보며 아무 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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