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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이지아가 집에 돌아오고 1시간 뒤, 오연주와 이유영도 집에 돌아왔다. 이지아에게 함부로 사라지지 말라고 훈계한 오연주는 이내 그녀의 옷을 쳐다보며 당부했다. “저녁에 할머니 생신 축하하러 가야 하니까 치마를 더럽히면 안 돼!” 말을 하며 오연주는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꺼내 꼼꼼히 체크했다. 오연주는 두 가지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중 가격이 조금 비싼 도자기 찻주전자 세트는 외삼촌 가족에게 줄 선물이었다. 이지아의 외삼촌은 강현시 운성 고등학교 7반의 담임선생님이다. 비록 이지아를 최악이라고 불리는 학교에 보낼 준비를 마치긴 했지만 만에 하나 그녀를 운성 고등학교에 입학 시킨다면 사모님 모임에서 이지아를 핑계로 더 이상 자신을 조롱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운성 고등학교의 장세호가 이지아에게 입학 통지서를 줬다는 사실을 모르는 오연주는 오늘 외삼촌에게 부탁해 이지아를 가능한 운성 고등학교에 입학 시켜달라 사정할 계획이었다. 오연주는 이지아가 적어도 운성 고등학교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23반에 들어가도 만족했다. “조금 있다가 호텔에 도착하면 말 예쁘게 해서 외삼촌의 환심을 사야 해!” 오연주는 이지아에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현관문을 나서기 전까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당부했다. 이건 이지아를 운성 고등학교에 입학 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에 망쳐서는 안 된다. 오연주는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일부러 1시간 일찍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이 탄 차가 도로에 들어서자 앞쪽에 길이 꽉 막힌 것을 발견했다. “앞에 무슨 일이야?” 전방에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며 오연주는 다급하게 물었다. “사모님, 제가 내려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씨 가문 운전기사는 앞쪽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차 문을 열고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기사가 달려왔다. “사모님, 앞에 교통사고가 났어요! 어린 남자아이가 크게 다쳐서 구급차와 경찰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운전기사의 말에 오연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돼?” 지금 차가 서 있는 위치에서 유턴을 하기도 애매했다. 만약 앞쪽에 벌어진 교통사고로 인해 시간이 계속 지체된다면 약속에 늦게 된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남자아이 상태가 심각해 보여서 구급차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말을 하며 운전기사는 안타까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귀여운 아이인데 애석하게 됐어요.” 운전기사의 말에 오연주는 눈을 흘겼다. “뭐가 불쌍하다는 거야? 도로를 이렇게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데, 약속에 늦게 될 수도 있는 내가 더 불쌍해! 얼른 근처에 다른 길은 없는지 알아봐... 지아야, 너는 왜 내려?” 오연주가 운전기사에게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지시할 때 갑자기 이지아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이지아! 당장 돌아와!” 오연주는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이지아를 향해 소리쳤다. “늦게 생겼는데 왜 이렇게 말썽을 부리는 거야?” “엄마, 내가 내려서 따라가 볼게요.” 안전벨트를 푼 이유영은 다른 한쪽 차 문을 열고 내려 이지아를 뒤따라갔다. 같은 시각, 이지아는 앞쪽에 벌어진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이지아는 서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남자아이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다급하게 소리치는 모습을 보았다. “주변에 의사 없어요? 누구든 좋으니까 우리 아들을 살려줄 사람 없어요? 우리 아들만 살려주면 20억을 드릴게요.” 남자아이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의식이 불분명했다. 잘생긴 남자는 그 옆에 꿇어앉아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남자아이를 차마 건드리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목소리는 점차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구급차! 구급차는 대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최 대표님, 뒤쪽에 차가 너무 막혀서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요!” 경호원 중의 한 명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도련님을 구급차까지 모셔갈까요?” “안 돼! 지금 갈비뼈가 내장을 꿰뚫었어. 건드리면 안 돼!” 이때 이지아는 성큼성큼 남자아이의 옆으로 걸어가 신속하게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가방을 꺼냈다. 가방 안에 든 것은 이지아가 침술에 사용하는 은침으로 그날 병원에서 약을 조제할 때 구매한 것이다. 물론 전에 이지아가 사용하던 은침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할 수는 있다. “의사 선생님인가요?” ‘최 대표님’이라고 불린 잘생긴 남자는 이지아의 행동을 보고 눈을 반짝였지만 이내 그녀의 얼굴을 보고 눈동자에 실망이 어렸다. 이지아는 한눈에 봐도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나이였고 기껏해야 의대에 갓 입학한 학생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의학 상식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사람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데 지혈할 방법이 있어요?” “지금 지혈할게요!” 이지아는 은침 하나를 뽑아 남자아이의 가슴에 있는 혈자리를 찌르려고 했다. 내장이 손상을 입었으니 수술실로 들어가지 않으면 남자아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지아는 은침을 이용해 지혈을 하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남자아이가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이유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지아, 뭐 하는 거야?” 잘생긴 남자는 차갑게 소리쳤다. “지금 아들의 지혈을 돕고 있는 중이니까 시끄럽게 굴지 마!” “최 대표님?” 이유영은 곧바로 이 잘생긴 남자가 후성 그룹 대표인 최민기라는 것을 알아보고 안색이 돌변했다. “최 대표님 이 사람은 제 언니이고, 의술에 대해 전혀 몰라요!” “뭐?” 최민기는 안색이 변해 고개를 돌려 이지아를 바라보았다. 그 시각 이지아는 첫 번째 은침을 남자아이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그만둬요! 의술도 모르면서 내 아들을 죽이려는 셈이에요?” 분노한 최민기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이지아에게 손찌검을 하려 했다. 그럼에도 이지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 손에 은침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정확하게 최민기의 팔을 잡아 저지했다. 현재 이지아의 체내에 있는 독소는 일부 제거되었지만 아직 예전의 실력을 되찾지 못했다. 그래도 평범한 사람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 “은침 하나만 더 꽂으면 지혈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억지로 막으면 목숨을 잃게 될 거예요.” 이지아의 말에 최민기는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최민기는 왠지 모르게 이지아의 기세에 제압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급박한 상황이라 곰곰이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언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유영은 조급했다. “고등학교도 못 들어갔으면서 어떻게 사람을 구한다는 거야? 방금 최 대표님이 아들을 구해주면 20억을 주겠다고 했던 말을 나도 들었어. 그렇지만 언니는 살릴 능력도 없으면서 돈에 눈이 멀어 이런 짓을 벌이면 안 되지!” 이유영은 이지아와의 원한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초조했다. 최민기는 최씨 가문의 실세이자 후성 그룹의 대표이다. 최씨 가문은 이씨 가문과 달리 강현시에서 가장 유명한 명문가이다. 만약 이지아가 마음대로 최민기의 아들을 치료해 주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이씨 가문도 따라서 끝장나게 된다. “최 대표님, 저희 언니는 정말 의술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요. 이렇게 무모하게 구는 건 전부 돈 때문이에요. 어서 막으세요!” 이유영은 이지아가 이토록 죽을 자리를 찾아다닐 줄은 몰랐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쓸모없는 인간인 이지아가 치료를 해주겠다고 나서는 것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유영의 말을 들은 최민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처음에 최민기는 이지아가 나타났을 때 마음속에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 심지어 아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제야 이지아가 사실은 의술에 문외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민기는 이지아가 아들을 살리러 온 것이 아니라 돈에 눈이 멀어 아들을 해치러 온 사람이라 생각했다. “돈을 주지 않을 거니까 당장 꺼져! 내 아들한테서 손 떼!” 최민기가 이지아를 향해 고함을 내지른 것과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 대표님! 도련님의 피가 멈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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