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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남씨 어르신, 남정훈은 남기정의 말을 듣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소정안을 쳐다보았다. “정안아, 할아버지한테 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 소정안은 약간 억울해서 입을 삐죽거렸다.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했다. “제가 민 거 아니에요. 임주희 씨가 혼자 뛰어내린 거예요.” 소정안의 변명에 남기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정안, 내가 너 정말 잘못 봤네. 잘못을 인정할 용기조차 없는 거야?” 소정안이 반문했다.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그쪽이 직접 봤어요? 제가 민 거?” 이 말을 들은 남기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방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소정안과 임주희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실랑이 부리는 건 확실하게 봤다. 그리고 임주희가 수영장에 빠졌고, 소정안이 밀었다는 임주희의 말에 남기정은 그게 사실이라고 확신했다. 남기정이 대답하지 않자, 남정훈은 임주희를 쳐다보았다. 임씨 가문과 남씨 가문은 이전부터 사이가 좋았다. 임주희는 남정훈이 보면서 자란 거랑 다름없었다. 그래서 남정훈은 임주희에게 말했다. “주희야, 할아버지한테 얘기해 봐. 어떻게 된 일인지.” 그러자 임주희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눈물을 흘리는 임주희의 가여운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겠지만, 연세 높으신 남정훈은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고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만나봤었다. 그래서 임주희의 연기를 한눈에 알아봤다. 하지만 임씨 가문의 체면을 고려해서 남정훈은 임주희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할아버지한테 얘기해 봐. 할아버지가 도와줄게.” 이 말을 들은 임주희는 더 슬프게 울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 제 잘못이에요. 그러니까 정안 씨를 탓하지 마세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닐 거예요.” 소정안을 탓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소정안의 잘못이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니까 정안이가 널 밀었다는 거야?” 임주희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런 적 없어요.” 소정안이 다급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남정훈은 소정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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