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장
맞은 편에서 내 모습을 보던 주현수는 갑자기 소리 내어 웃었다.
난 얼굴이 더 붉어져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주현수는 나한테 다가와 캐리어를 넘겨받아 트렁크에 넣고, 또 큰 가방과 작은 가방을 내 몸에서 하나씩 떼어내 차에 넣었다.
난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그만 애가 힘이 세.”
주현수가 날 보고 꺼낸 첫마디였다.
“대학교 4년 동안 자기 재산이 많이 생겼네.”
이것이 두 번째 평가였다.
툭 내뱉은 두 마디가 나에 대한 살상력은 어마어마했다.
정신줄을 놓고 조수석에 앉은 나는 어떻게 해야 내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고뇌에 빠졌다.
“거기 도착해서 이 짐들을 너 혼자 다 가지고 올라갈 수 있겠어?”
주현수가 갑자기 물었다.
“이따가 미팅 있어.”
난 안도하면서 손을 저어댔다.
“괜찮아요, 나절로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차는 지하 주차장에 멈췄다. 주현수는 내 모든 짐을 엘리베이터 입구로 옮겨주고 떠났다.
엔진 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엘리베이터는 23층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다다를 무렵, 난 옆에 있는 캐리어에 손을 얹고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들을 엘리베이터 안으로 옮길 준비를 했다.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마스크와 모자를 쓴 남자 3명이 나타나더니, 음험하고 사나운 눈길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도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저들의 목표가 나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구한 방이 바로 23층이었다.
“살려주세요.”
나는 달리면서 큰소리로 도움을 청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주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살려줘요!”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너 지금 어디야?”
전화기 너머로 주현수의 다급한 목소리와 브레이크를 밟아 차바퀴가 바닥에 마찰하면서 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주울 새도 없이 필사적으로 계속 뛰었다.
이 시간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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