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장
“다들 이만 일을 시작해요.”
주현수의 비서가 앞으로 나서서 사람들을 해산시키더니 허윤주를 향해 돌아섰다.
“허윤주 씨의 업무는 제가 넘겨받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업무를 정리하고 인사팀에 가서 퇴사 절차를 밟아주세요.”
허윤주는 얼굴이 새파래진 채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놀람에서 시작해 질투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을 내비쳤다.
“돈이 많을수록 더한다더니”
허윤주는 물건을 정리하며 눈물을 훔쳤지만 입은 멈추질 않았다.
“우리 같은 소시민들 우롱하는 거, 재밌어요?”
“내가 대표님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대표님 주변의 모든 여자에게 내가 적대감을 가질 걸 뻔히 알면서도, 서은아 씨는 본인이 대표님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한마디도 안 했잖아요. 지금 이 상황이 엄청 재밌죠? 내가 광대처럼 굴러다니는 게 우습기 짝이 없겠죠?”
허윤주의 쉴 새 없는 비난에 진저리가 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부팀장님이 하던 일을 나에게만 억지로 떠넘겼어요? 오늘은 나, 내일은 지원 씨, 모레는 지연 씨에게 넘겨줄 거잖아요. 부팀장님은 매일 출근해서 화장만 하고. 대표님은 일할 사람을 뽑았지, 화장만 하는 꼭두각시를 뽑은 게 아니에요.”
“내가 부팀장님을 우롱했다고요? 그건 부팀장님이 자초한 일이에요. 대표님은 이 그룹의 대표로서 주변에 여자들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죠. 부팀장님이 무슨 자격으로 대표님 곁에 있는 여자들에게 적대감을 갖는 건데요? 부팀장님이 이렇게까지 된 건 부팀장님이 스스로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으려 했기 때문 아니에요?”
나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허윤주가 변명할 틈도 주지 않았다. 내 말이 끝난 뒤, 허윤주는 다른 동료들을 쳐다봤지만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너 기억해 두겠어.”
허윤주는 눈물을 닦고 책상 위 사진 액자를 종이 상자에 던져 넣으며 날 매섭게 노려보고는 뒤돌아 나갔다.
“허 팀장님, 정말 버릇없이 굴더니 결국 이렇게 됐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번엔 제대로 교훈을 얻었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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