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결국 허가람은 마지못해 조성철에게 돈을 송금했다.
나는 뒤돌아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허가람이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
“서은아.”
나는 걸음을 멈췄고 허가람은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며 기세등등하게 다가왔다.
“너, 내 우스운 꼴 보려고 일부러 온 거지?”
나는 허가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허가람은 어떤 상황이든, 무슨 어려움에 처했든 간에 나만 만나면 꼭 한 마리 성난 닭처럼 날카로워지는데 그런 그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 그렇게 한가하지 않거든.”
나는 노트북 가방을 살짝 들어 보이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 길이 재우 그룹에서 학교로 가는 길이야.”
허가람은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비웃었다.
“아, 기분 좋겠다? 난 너 일자리를 잃게 하려고 했는데 주현수 대표님이 널 감싸주다니.”
나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이건 내 잘못도, 대표님 잘못도 아냐. 네 잘못이지.”
“내 잘못이라고?”
허가람은 코웃음을 쳤다.
“아니, 네가 나 잘되는 꼴을 못 봐서 그런 거잖아.”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나는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 등을 돌렸다.
일이 너무 많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낮엔 미친 듯이 일하고 밤엔 집을 구하러 다니는 것도 힘든데 말이다.
무엇보다 허윤주의 노골적인 괴롭힘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밤 10시가 넘어 사무실엔 나 혼자 남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퇴근하고 나는 다들 하기 싫어하는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품을 크게 하며 시계를 봤다.
“조금만 더, 한 시간만 더 하면 끝낼 수 있어.”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힘이 쭉 빠졌다.
너무 피곤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현수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딱 맞는 커스텀 수제 셔츠를 입은 그는 약간 찡그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직 퇴근 안 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 화면을 가리켰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나요. 한 시간 정도?”
내 말을 들은 주현수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내가 시킨 일은 다 끝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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