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은아야...”
전화기 너머에서 주찬영이 몇 번이나 망설이더니 결국 말을 이었다.
“차라리 주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게 어떻겠니? 이렇게 큰 집에 나랑 네 엄마만 둘이 살려니 퍽 적적하구나.”
그의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저도 곧 졸업하면 바로 취직해서 바빠질 텐데 그쪽에서 살기는 불편할 것 같아요.”
전화를 끊은 후 나는 고개를 떨군 채 무력감에 빠졌다.
이미 이렇게 시간이 지난 일을 지금 와서 증거를 찾기도 어려웠고 누가 영상을 퍼뜨렸는지 알 방법도 없었다.
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나는 찌푸린 얼굴로 화면을 확인하며 생각했다.
‘대체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하는 거지?’
“여보세요... 누구세요?”
“카페 앞에서 찍힌 원본 영상이 제 손에 있습니다.”
낯선 상대방의 목소리는 변조 처리되어 있었다. 그 한마디에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뭘 원하는 거죠?”
“1억이요. 1억에 원본 영상을 넘겨주겠습니다.”
‘1억?’
나는 순간 멍해졌다.
“사기 치는 거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깟 영상 하나가 무슨 1억의 가치가 있다고 그래요? 사기 칠 때는 상대를 좀 더 조사하고 오세요. 저는 가난한 학생이라 그런 돈 없어요.”
전화를 끊으려 하자 상대방이 다급히 말했다.
“금액은 조정할 수 있어요. 가격을 제시해 보세요.”
상대방의 당황한 말투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뭔가 이상한데...’
나는 상대의 반응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때 샤워를 마친 노유진이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왔다.
“은아야, 왜 그래? 아직도 기분이 안 좋아?”
나는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까 어떤 사람이 전화해서 카페 앞 원본 영상이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1억을 달래.”
“1억?”
노유진은 황당한 이야기라도 들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뭔가 수상한 낌새가 있는데? 진짜라면 왜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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