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장
나는 기가 막혀 눈을 굴리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한 자리에 모인 셈이었다.
“은아 씨, 내가...”
허가람의 목소리는 울먹이며 끊어질 듯하다가도 이어졌다.
“내가 주호한테 전화를 걸라고 했어.”
‘좋아. 이 번호도 나중에 스팸 전화 목록에 추가해서 블랙리스트에 넣어야겠다.’
“은아 씨, 내가... 한순간 실수를 저지른 거 인정해. 그래서 은아 씨한테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한 건 사과하고 용서를 받고 싶어서야.”
허가람의 목소리는 떨렸고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약자인 척하며 동정을 구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눈물 섞인 말투로 동정심을 유발하고, 사실상 상대방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거잖아! 가스라이팅도 가지가지네! 정말...’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차갑게 말했다.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해 나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거야. 그러니 앞으로 두 사람은 제발 내 인생에서 꺼져줬으면 좋겠어. 적어도 두 번 다시 내 앞에는 나타나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마를 짚으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우리 한번 분석해 보자.”
노유진은 내 맞은편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두 사람 이번에는 무슨 작전을 짜고 있는 걸까?”
나는 핸드폰을 침대 위에 던지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역시 전형적인 허가람의 ‘수법’이네. 강주호 앞에서는 늘 나약한 척하면서 치밀하게 본모습을 숨기고 있잖아. 강주호도 참 웃겨! 자기 자신은 지저분한 하수구 같은 주제에 남들한테는 완벽함을 요구한다니! 허가람이 지금 강주호를 붙잡고 싶어서 내 용서를 받으려는 거겠지.”
노유진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나는 노유진과 함께 긴장하며 화면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성함이 서은아 씨 맞으신가요?”
수화기 너머에서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아요.”
“저희 쪽에 수리 맡기셨던 파텍 필립 시계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언제 찾으러 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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