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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나는 더 이상 두 사람에게 대꾸할 힘조차 없어 터벅터벅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있던 노유진이 나를 반겼다. 그녀는 내 얼굴을 살피더니 바라보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벌떡 일어나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힘없이 침대에 몸을 던지고 눈을 감았다. 잠시나마 모든 걸 잊고 이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그런데 노유진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팔을 확 끌어올렸다. “일어나 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이 이렇게 살벌한 기운을 풍겨?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장 말해봐!” 진지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결국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쌓였던 감정을 드디어 쏟아낼 구석이 필요했고, 마침 내가 믿고 기댈 사람은 노유진뿐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끝내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노유진은 당사자인 나보다 더 격분했다. “이건 뭐, 완전 쓰레기 같은 놈들이잖아! 은아야, 이렇게 당하고만 있으면 안 돼. 이번에는 주현수가 도와줘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었으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도 하기 싫어!” 나는 울먹이는 노유진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곁에 있던 휴지로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됐어... 유진아, 나 지금 멀쩡하잖아.” 그 말이 마치 눈물 버튼이라도 누른 것 같았고 울먹이던 노유진은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내 불운한 삶에 주어진 작은 보상이겠지.’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 지금 웃는 거야?” 노유진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더니 눈물을 멈추고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밀쳤다. “서은아, 너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지금 웃음이 나와?” 나는 그녀의 귀여운 투정이 귀여워서 급히 다가가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유진아... 너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게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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