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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 앞. 탁지헌은 차 키를 벨보이게 건넨 후 아주 신사적인 태도로 고연화와 함께 그의 갤러리로 입장했다. … 멀지 않은 곳에서 오렌지 스포츠카가 멈춰 섰다. 차 안의 사람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복은 조심스럽게 강찬양을 말렸다. “도련님, 제가 볼 땐 그냥 전시를 보러 갤러리에 온 것 같은데요,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라요. 저의 강가랑 허가의 관계가 원래부터 그리 좋지 않았잖아요. 이런 상황에 무턱대고 금방 가문에 입성하신 사모님을 미행하신다면 저희 두 가문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지도 몰라요.” 강찬양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네가 뭘 알아! 남녀가 단둘이 갤러리에 전시를 보러 간다고?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어!” 말을 마친 강찬양은 바로 차에서 내렸다. 직접 갤러리로 들어가 고연화를 감시할 목적이었다. 갤러리 입구의 직원이 그를 막아섰다. “죄송합니다, 신사분. 초대받지 못하셨으면 입장이 불가합니다.” 강찬양은 무척이나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전 강씨 가문 사람인데요, 탁씨 가문이랑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요. 왜 제가 들어가면 안 되죠?” 그 말을 들은 직원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동료와 함께 갤러리 초대 리스트 확인했다. “강씨 가문에서는 오직 장남인 강준양 님만 도련님께서 초대하셨어. 강씨 가문 작은 도련님 이름은 리스트에 없는데.” “어, 그럼…” 강찬양은 그들이 속삭이는 말을 듣고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 저희 형이 시간이 나지 않아서 제 형 대신 온 겁니다.” 직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입장을 허가했다. “그럼 들어가시게 하자.” “강 도련님, 이쪽으로.” “이래야 맞지.” 강찬양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당당하게 갤러리로 들어섰다. … 갤러리 안.
고연화는 살짝 고개를 든 채 벽에 걸린 <한운야학>을 바라봤다. 묘한 표정이었다. “연화 씨는 저런 세계 명화들 보단 청하의 그림에만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탁지헌의 우아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는 아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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