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장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려면 허태윤의 옆을 반드시 지나쳐야 했다. 고연화는 허태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지만 그가 있는 쪽에서 전해오는 어떤 불분명한 감정이 담긴 눈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꼿꼿이 걸어갔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의 발 하나가 불쑥 나오더니 그녀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렇게 중심을 잃은 고연화는 공교롭게도 옆에 있던 허태윤의 단단한 가슴팍으로 넘어졌다.
분위기를 재미 삼아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내 모두 조용해졌다. 장 내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강 건너 불구경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던 염윤재만이 휘파람을 불며 그 정적을 깨뜨렸다.
그것을 신호로 사람들은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겁도 없어. 어떻게 허 도련님을 고를 수가 있어?”
“허 도련님이 어떤 분이신데, 가당키나 해?”
“일부러 넘어진 거 아니야?”
“뻔하잖아? 여자라면 누구나 허 도련님이랑 조그마한 거라도 엮이고 싶지 않겠어?”
“허 도련님 분명히 바로 쟤를 밀쳐내실 거야. 저분 성격에 그렇게 쉽게 누군가를 받아들이시겠어?”
고연화는 고개를 들었다. 검고 긴 속눈썹은 살짝 떨렸고 눈빛에는 머쓱함과 동시에 체념이 보였다.
“아저씨…”
허태윤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꼬마 아가씨, 이번엔 또 뭐죠?”
고연화는 한숨을 내쉬더니 설명했다.
“아저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 아저씨 고른 거 아니니까요!”
허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요?”
고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선택하려는 사람은 저기 있는걸요. 아까 누구 발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됐네요. 죄송해요. 바로 일어날게요!”
그녀가 몸을 일으키려 하는 순간 센터에 있던 그 남자가 달려오면서 욕을 퍼부었다.
“죽고 싶어? 감히 허 도련님께 손을 대? 빨리 일어나! 허 도련님 심기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고연화는 어차피 일어나려고 하던 차였다. 하지만 그때, 허태윤의 큰 손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성숙한 남자의 아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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