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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3장

서수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강준영이 보지 못하는 곳에선 두 손을 꼼지락거리는 중이다. “내가 임지혜랑 데이트라도 했는 줄 알고?” 그가 먼저 정적을 깨며 보리차를 홀짝 마셨다. 서수연이 보리차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이젠 집에도 준비해 둬야겠다. 여자가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아무렇지 않게 구는 강준영 때문에 되려 자신이 속 좁은 사람이 되어버린 이 기분. 그에게 이런 이미지로 비춰지긴 싫은데. “......맞아요, 그렇게 오해했었어요. 근데 두 사람 알고 지낸지도 오래니까 임지혜 말도 틀린 건 없더라고요...... 그냥......내가 좀 예민한 가봐요. 좀 알고 지냈다고 날 믿어주길 바랬거든요, 정작 내가 아니라 오랜 소꿉친구 말만 믿었다 생각하니까 속상하기도 했고.” 강준영의 한쪽 눈썹이 얄궂게 올라갔다. 서수연은 지금 그에 대한 소유욕을 인정한 걸까? “오해한 게 하나 더 있어. 소꿉친구가 아니라 집안 어른들로 얽힌 관계라 연락하고 지냈던 거 뿐이야.” 서수연이 말 한마디로 임지혜와의 관계에 선을 그어버린 그를 뻘쭘하게 쳐다봤다. “어......내 기분 풀어주려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내 본분이 뭔지, 위치가 어떤지 잘 알아요. 강준영 씨가 귀띔해 줬으니까 더는 선 넘지도 않을 거고요. 이번 촬영 끝나면 아마 빚도 갚을 수 있을 거예요.” 또 계산적으로 굴며 돈 갚을 생각 뿐인 서수연 때문에 강준영은 얼굴이 우그러진다. 그래서, 돈만 다 갚으면 이 관계에도 마침표를 찍겠다? 이 여자는 왜 아직도 도망칠 생각 뿐인가. “안돼.” “엥?” 서수연이 막연해진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왜 안돼요?” “이젠, 돈 다 갚아도 내가 널 놔줄 생각이 없거든. 서수연, 넌 날 채권자로밖엔 여기지 않는 거야?” 눈치 없는 서수연의 심장이 또 바닥으로 쿵 내려앉았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뭐지, 줄곧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강준영은 어떻게 안 걸까? 아니면 그저 떠보려는 것 뿐일까? 예상과 달리 변질됐음을 알아채면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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