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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8장

강준영은 아무 말 없이 또 자연스레 서수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분명 같은 샴푸를 쓰는데 왜 서수연에게선 더 짙고 향긋한 향이 날까. 어쩔 수 없이 서수연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할머니, 요즘도 목 불편하세요? 지난번에 가져다드린 꿀은 드시고 계시죠?” “그럼 그럼, 한결 나아졌지. 수연이가 준 꿀이 어찌 맛있는지 단 거 싫어하는 할아버지도 좋아하더라고.” 서수연이 싱긋 웃어보였다. “시골 양봉꾼한테서 직접 사온 거예요. 첨가제도 따로 없는 100%라 안심하셔도 돼요. 효과 있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제가 다음에 더 가져다 드릴게요!” 또 뭘 어쨌다고 서수연은 머리를 만지작대는 강준영에게 눈을 부라렸다. “준영이는 뜨거운 걸 싫어해, 아침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부터 마시니까 저 위가 멀쩡하겠어? 수연아, 이젠 네가 준영이 곁에서 잘 챙겨다오.” 서수연이 보기 드물게 애교를 부렸다. “할머니, 이 이가 어디 제 말을 듣나요. 두 분 말씀 밖엔 안 듣는 걸요.” “걱정 마 수연아, 저 놈이 네 말 안 들으면 우리가 따끔하게 혼내마!” 서수연이 일부러 강준영의 어깨에 기대 으시대는 눈빛을 하고 말했다. “들었죠? 이젠 내 말 잘 들어야 돼요!” 강준영은 화를 내긴 커녕 손을 뻗어 서수연의 볼을 어루만졌다. “음? 내가 언제 네 말을 안 들었다고?” 첼로 연주마냥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얄밉게 치솟은 입꼬리에 서수연은 또 금세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꽁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할머니도 한결 마음을 놓는다. “저녁 식사 준비됐습니다. 지금 드실 건가요 네분?” “그러지, 우린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뭘 물을지 알면서도 일단 애들 배부터 채우게 하려는 생각이다. 식사가 끝나고 티타임을 가질 때, 할머니가 운을 뗐다. “너희들 이젠 자리도 잡았는데 결혼식은 언제 할 거니?” 결혼식? 결혼식이 로망이 아닌 여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서수연 역시 종종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순백의 웨딩 드레스를 입고 긴 치마자락을 이끌며 뭇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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