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1장
몸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에 울분이 치밀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서준석과 이은숙에게 대체 왜 그랬냐 따지고 싶었다.
막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욕실문이 열렸다.
“왜요? 깨자마자 도망가게?”
익숙한 목소리에 얼어붙은 서수연은 고개를 돌리다 웃통을 다 드러낸 강준영을 마주했다.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서수연이 손으로 눈을 감쌌다.
“왜......왜 강준영 씨가 여기......”
“그럼 누가 있길 바란 거지?”
강준영의 시선이 서수연이 입고 있던 흰 셔츠에서부터 가늘고 흰 두 다리로 옮겨갔다.
살짝 미간을 움찔거린 그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부담스러워진 서수연이 호다닥 옆으로 가 이불로 다리를 가렸다.
“그, 제 옷이 안 보여서 아무거나 일단 걸쳤는데......선생님 옷이에요?”
“아니면, 누구 옷이겠습니까?”
강준영이 소파에 자리 잡았다.
“아, 그 오 대표?”
오 대표라는 말에 서수연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오 대표를 어떻게 아세요?”
“서수연 씨, 난 별다른 요구 같은 건 없습니다. 근데 계약 기간 내에 우리 집안 망신시키는 건 용납 못 하겠네요.”
서수연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순간 판단력이 흐렸던 탓에 해코지 당할 뻔했어요. 다음부턴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그......어제 저 구해주셨어요? 그럼 저희......”
분명 오 대표가 술에 뭔가를 탔을 텐데 강준영이 구해준 거라면 설마......
서수연은 기어들어갈 듯 고개를 떨구고 강준영을 쳐다볼 엄두조차 못 냈다.
이 남자와 무슨 일이 생기기도 원치는 않으나 차라리 그 구역질 나는 오 대표보단 강준영이 낫지.
“꿈 깨시지!”
강준영의 짤막한 대답엔 약간의 장난기도 섞여있었다.
“그 말은......”
서수연이 다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희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죠? 그......그 오 대표는요? 그 사람이 저한테 뭘 어쨌나요?”
강준영이 곁에 있던 커피를 홀짝 들이켰다.
“아니요, 명의상 와이프이긴 해도 누가 나한테 불똥 튀기는 건 못 봐주는 타입이라.”
그제야 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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