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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6장

서준석은 이은숙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집안 살림을 잘 돌볼 부인이 필요할 뿐. 게다가 이런 사람은 이은숙 만이 아니라는 거다. 그게 바로 수년 간 이은숙이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한 이유다, 언제든지 버림 받을 게 두려워서. 그래서 친딸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그쪽 편에 섰던 거다. “내가 뭘 하길 원하는데.” 이은숙은 이유도 없이 이런 말들을 꺼낼 사람이 아니다, 분명 이 연락엔 목적이 따르는 법. “네 언니랑 같이 그 대표님 만나주면 안 될까? 그냥 만나서 얘기만 잘해 줘, 이번 일만 해결 되면 엄마가 다신 너 귀찮게 안 할게.” 역시, 이 일로 연락한 거구나. “그래, 근데 이번이 마지막이야.”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이은숙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건 딸로서 엄마를 도와주는 마지막이다, 더 이상은 안 해. 그날 밤, 서유라는 서수연에게 약속 시간과 장소를 보내줬다. 바로 내일이다. 보아하니 이 일로 타격을 꽤나 받아 한 시도 지체할 수 없는 모양. 답장을 하진 않았다. 그 뒤, 어르신들께 우유를 가져다 드리고 오다 마침 방으로 들어가려는 강준영과 마주쳤다. “아......두 분 우유 가져다 드리고 왔어요.” 강준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한 방으로 들어온 서수연은 아직도 우물쭈물 거리기만 한다. “전 방금 씻었으니까 소파에서 잘게요.” “침대에서 자죠.” 강준영이 서수연을 불러 세우곤 곧장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뭐 한 침대 쓴 게 처음도 아니고.” 또 어김없이 그날 밤이 떠올라 멋쩍어졌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밤에 들어오실 수도 있어요. 걱정 마요, 건드릴 생각 없으니까.” 강준영은 이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서수연은 어쩔 수 없이 쭈볏쭈볏 침대로 올라가 눕는다. 눈을 질끈 감은 서수연은 어떻게든 강준영을 건드리지 않으려 침대 끄트머리에 자리잡았다. 그땐 술기운에 그랬다지만 맨정신엔 도저히 못할 짓인 것 같다. 결국 서수연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당연하겠지만 다음날 아침은 온 몸이 찌뿌둥한 게 컨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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