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장
방금 샤워를 마친듯한 남자는 흰색 가운을 걸치고 반쯤 젖어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느슨한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표정은 정반대였다.
“어......아저씨? 언제 나오셨어요?”
찬물 샤워를 한 허태윤은 조금 진정된듯 했다.
욕실에서 나오자 마자 그는 창가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고연화를 보게 된다.
허태윤은 통화중이라고 뜨는 화면을 내려다 보고는 전화를 끊어버리고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전 여친 찾아서 뭐하게요?”
고연화는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설명했다.
“아저씨 지금 상황은 해결이 급선무인것 같아서 제가......”
“그래서 이곳저곳 들쑤셔서 나한테 여자 찾아주는거예요?”
남자가 화가 난 눈빛을 하고 묻는다.
고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런 뜻은 맞는데 아직 찾진 못했어요. 아저씨가 직접 전 여친한테 연락해서 오라고 하시는건 어때요?”
허태윤이 차갑게 웃어보이며 어둡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추궁한다.
“당신은 남편을 다른 여자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려 하네요?”
오늘 그녀는 다른 여자가 있는 호텔에 그를 보내 이런 사단을 만들지 않았는가!
만약 그 즉시 자리를 뜨지 않았더라면 바로 약효가 도졌을지도 모른다.
허나 고연화 이 여자는 관심 따위 없다!
고연화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한 시가 급박한 일인데 저도 아저씨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한 시가 급박하다?”
허태윤이 소리내 웃으며 더욱더 조롱하는 말투로 말한다.
“이렇게 도와주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왜 직접 나서서 남편 도와주진 않는거죠?”
고연화가 넋나간 표정으로 난처해하며 말한다.
“전 안 돼요. 전 아저씨 타입이 아니라서요......”
허태윤은 그녀에게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며 투박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잡는다.
“굶어죽게 생겼는데 누가 그런걸 따집니까?”
덜컥 놀란 고연화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치며 머리를 빠르게 굴린다.
“진짜요? 아저씨 그런거 안 따지시면 제가 모텔 입구에 붙여놓은 전단지 보고 올게요.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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