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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그 최고급 메르세데스가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 송미연은 질투심이 폭발했다. 그러다 회사에 돌아온 그는 동료들에게 그 이야기를 비아냥대며 말했다. “그거 알아요? 어쩐지 고연화가 그렇게 쉽게 간다 했어요! 알고 보니까 돈 있는 남자한테 스폰받고 있어서 이런 일은 거들떠도 안 보는 거였어요!” 스폰? 동료들의 호기심이 불타올라 다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송미연은 자신이 본 것들을 과정해서 말했다. “방금 전에 고연화가 두고 간 물건들 가져다주는 길에 고급 외제차에 타는 걸 봐버렸지 뭐에요. 차에는 느끼하게 생긴 늙은 남자였는데, 고연화가 아예 그 남자 다리에 앉아버리는 거 있죠, 엄청 남사스러웠어요!” “늙은 남자요? 얼마나 늙었는데요?” 송미연이 답했다. “한 60살 정도였을 걸요!” “와~ 60살이면 할아버지 아니에요? 고연화 씨 이렇게 타락한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 “쯧쯧,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몰라요.” 장아영은 더 이상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나 반박했다. “송미연 씨, 헛소리 그만하시죠. 연화 씨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송미연은 코웃음을 쳤다. “제가 무슨 헛소리를 했는데요? 저 직접 봤어요! 못 믿겠으면 회사 CCTV 찾아보든가요. 고연화씨가 회사 앞에서 메르세데스에 탔나 안 탔나!” 장아영은 화가나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에게 회사 CCTV를 조사할 권한이 잇을 리가 없었다. 송미연은 괴롭히려는 게 명확했다. 연화를 쫓아낸 것도 모자라 회사에서 모함까지 하다니 정말 너무 악질이었다! 송미연과 싸워 이기지 못한 장아영은 화를 꾹 참으며 앉아 일을 계속했다. 그러다 그때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어? 이게 뭐지? 컴퓨터 바탕 화면에 이상한 파일이 하나 늘었네?” 다른 동기들도 입을 열었다. “뭔지 모르겠는데 제 컴퓨터에도 파일이 늘었어요!” “이상하다! 저한테도요! 우리 열어보는 게 어때요?” 사람들이 파일을 열자 사무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상한 것을 보는 듯, 경멸 어린, 조롱 섞인 시선이 송미연에게로 향했다. 송미연은 동료들의 눈빛이 불쾌해졌다. “왜 그런 눈으로 절 보는 건데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장아영은 방금 전보다 기세가 넘쳤다. “송미연 씨, 출근 시간에 게임을 하는 사람은 그쪽이었네요. 그쪽이야말로 온 회사의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장본인이었네요!” 그 말에 놀란 송미연은 뜨끔해졌다. “장아영 씨, 무슨 헛소리에요! 증거 있어요?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리는 수가 있어요!” 증거를 가지고 있는 장아영은 당당하게 외쳤다. “누가 헛소리래요? 게임에서 상대 유저 마음 가지고 놀고 장비 뜯어내고는 물건 받자마자 상대 차단한 거 허윤진 씨 아니에요? 그런데 상대가 전문 해커라 곧바로 윤진 씨 컴퓨터 해킹했고 그것 때문에 회사 시스템도 마비가 된 거잖아요! 근데 그걸 전부 연화 씨에게 뒤집어씌우다니. 그리고 오늘 회의에서 문제가 생긴 PPT도 제가 한눈판 사이에 건드린 거잖아요!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해커가 당신의 비열한 행각들을 파일로 정리해서 컴퓨터에 남겨뒀어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어요!” 뭐라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동료들의 눈빛에 송미연은 불안해졌다. 황급히 자기 자리에 간 그녀는 바탕화면에 새로 생긴 파일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그녀와 유저의 대화 내역 캡쳐와 그녀가 PPT에 손을 대는 CCTV 화면 캡쳐본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조 대표가 굳은 얼굴로 사무실에서 나와 고함을 질렀다. “누가 송미연이야? 감히 회사에 이런 해를 끼치는 사람이 있었다니. 당장 짐 챙겨서 꺼져!” 송미연은 얼굴이 다 하얗게 질렸다. 설… 설마 조 대표님의 컴퓨터에도 이 파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조 대표의 고함을 듣고 서둘러 사무실에서 나온 진 팀장은 불안한 얼굴을 했다. 송미연은 진 팀장을 보자 곧바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모부,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진 팀장은 송미연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더니 그녀를 밀쳐내고 모르는 척했다. 당장이라도 사고나 치는 친척과 선을 긋지 못해 안달이었다! 끝내, 송미연은 모든 월급이 차감 당했고 곧바로 해고되어 어두워진 얼굴로 떠났다. 정말 인과응보가 따로 없었다! 장아영은 속이 시원해져 얼른 휴대폰을 꺼내 연화에게 기뻐하며 문자를 보냈다. …… 그 시각. 천천히 움직이는 최고급 메르세데스 SUV 뒷좌석. 고연화는 개인 물품을 품에 안은 채 구석 쪽에 기대앉았다. 그녀의 곁에는 ‘새신랑’인 허태윤이 있었다. 하지만 고연화가 차에 탄 뒤로 허태윤은 고개 한 번 들지 않았고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냉담한 얼굴로 휴대폰만 쳐다봤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고연화는 품 안의 상자를 한켠에 놓은 뒤 휴대폰을 확인했다. 장아영이 메시지로 송미연이 해고되었고 진 팀장도 조 대표에게 단단히 혼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고연화는 입꼬리를 올렸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해커가 그녀에게 A 회사를 공격한 이유를 이야기한 뒤, 그녀는 해커에게 무고한 사람은 피하고 정밀 타격을 주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송미연은 심보가 못되고 행실이 단정하지 못해 이런 보복을 받는 건 당연했다! 고연화는 장아영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며 저도 모르게 다리를 꼬았다. 두 개의 길고 얇은 다리가 살짝 겹쳐졌다. 몸에는 남자의 커다란 티셔츠만 입고 있는 데다 앉아 있는 탓에 옷이 위로 올라가 차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그녀의 도자기같이 하얀 피부 위에 내려앉자 빛이 반사하며 하얗다 못해 눈이 부셨다. 그 흰 빛에 눈이라도 멀 것 같은 기분에 허태윤은 눈썹을 들썩였다. 시선이 바로 옆에 앉은 길고 가는 두 다리로 향했다. 고연화의 다리는 무려 팔뚝과 굵기가 비슷해 보이는 게, 너무 말랐다. “이게 그쪽 꼬맹이들이 남자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입니까?” 고연화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허태윤을 쳐다봤다. “예? 아저씨, 저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어요?” 휴대폰을 내려놓은 허태윤이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입고 있는 거 뭐에요?” 고개를 숙인 고연화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아… 아저씨 옷이죠! 아침에 도우미가 줬던 옷은 더러워져서 입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저씨 옷 입고 나왔죠!”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허태윤의 미간에 짓궂음이 묻어 있었다. “내 허락은 받았나?” 고연화는 남몰래 그를 흘기며 짜증 섞인 불만을 투덜댔다. “옷 하나 입는 걸로 전화해서 허락까지 받아야 해요? 다 큰 남자가 이렇게 속이 좁아요!” 게다가 허태윤의 연락처도 없는데 어떻게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허태윤의 이마에 핏줄이 툭 불거졌다. “뭐라고요?” 고연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제 말은요… 아저씨, 다 늙어서 설마 신혼 첫날에 새신부가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걸로 사회면 신문에 나고 싶은 건 아니죠?” “…” 다 늙어서? 그가 그렇게 늙은 나이던가? 허태윤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신경 안 쓰인다고 하면?” 고연화를 이를 악물었다. “그럼 지금 바로 벗어서 돌려주고 나가서 알몸으로 뛰어다니죠!” 허태윤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벗어요.” 고연화는 올해 정말 재수가 옴 붙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쩌다 이렇게 몰인정한 아저씨를 건드리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연화는 잠시 침묵했다. “… 벗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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