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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장

유정인은 조금 진정하고는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신이서와 송서림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두 사람한테는 더 이상 신세 지고 싶지 않았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었어요. 5년간 인간관계를 다 포기하고 주부로만 살아와서 막상 휴대폰을 들고 도움을 청하려고 보니까 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 하나 없더라고요. 그러다 이서 씨가 생각났어요. 이서 씨도 그렇고 서림 씨도 그렇고 두 사람 다 똑똑하잖아요. 그래서 염치없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었어요. 위자료는 솔직히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난 그저 우리 딸만 있으면 돼요.” 신이서가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송서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위자료 무조건 받아야 합니다. 딸을 키워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게 될지 모르겠어요. 오늘 일도 남편이랑 시어머니는 무조건 내 탓을 할 거예요.” 유정인은 지금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정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유정인의 남편은 꽤 똑똑한 사람인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대화 기록을 싹 다 지워버리고 말끝마다 아내 탓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유정인의 남편은 지금 정신적으로 유정인을 몰아세우려고 하는 중이다. 유일하게 그의 예상에서 빗나간 것이 있다면 그는 아직 유정인이 직장을 찾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유정인이 그렇게 놀랐음에도 변태를 신고하지 않은 것도 직장이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만약 유정인 남편이 그걸 알게 되면 높은 확률로 일을 그만두라고 할 것이고 변태에게 걸린 것도 괜히 일 같은 걸 해서 그런 거라고 얘기할 것이 분명하다. ‘정인 씨가 이런 상황에서 미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상대는 똑똑하고 치밀한 사람이라 신이서는 쉽게 의견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송서림은 아니었다. 그는 여러 가지 술수가 난무하는 비즈니스 판에 있었기에 이 일의 핵심부터 파고들었다. “현재 남편 연봉이 어떻게 되죠?” “아마 6천만 원쯤 될 거예요. 그 외에 따로 돈 나올 구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생활비로는 매달 2백만 원을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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