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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카드 안에 이번 달 생활비로 400만 원이 들어 있어.” 동거 계약을 맺었지만 송서림은 여자한테 이득을 보고 싶지 않았고 집안 경비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다. “400만 원이라고요? 생활비로요?” 신이서는 놀라서 송서림을 쳐다봤다. 어떤 평범한 사람이 한 달에 생활비로 400만이 필요하단 말인가? 일반인들은 한 달에 월급 400만도 받지 못하는데 말이다. “문제 있어?” 송서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신이서가 적어서 묻는다고 생각했다. 신이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기왕 송서림이 말을 꺼냈으니 앞으로 두 사람의 삶을 위해 할 말은 분명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림 씨, 동거 계약서에는 결혼을 마치기 전 부부의 명의로 함께 생활을 한다고 돼 있어요. 그러니 남편의 한 달 월급이 얼마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400만 원 정도야.” 송서림은 아무렇게나 회사 평사원 월급을 말했다. “그럼 이 집은 전세인가요, 대출인가요?” 신이서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송서림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가 너무 많은 걸 알려 한다고 생각했다. “대출이고 매달 180만 원씩 갚아.” “그럼 월급의 절반이잖아요. 서림 씨가 준 이 카드가 월급 카드는 아니죠?” 신이서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지금은 돈을 계획 없이 쓰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그렇다. 한 달에 몇십 만 원씩 벌지만 다음 달 월급도 받기 전에 잔액이 몇만 원밖에 안 된다. 저축은커녕 월말에 라면 먹기도 힘들다. 송서림도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어쩐지 수미 이모가 그렇게 신경 쓰시더라니. 송서림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급 카드인데 뭐가 문제지?” 대답을 들은 신이서는 왠지 화가 났지만 자신이 번 돈이 아니니 송서림을 나무랄 수 없었다. “돈은 요긴한 곳에 쓰는 게 나아요. 수미 이모도 연세가 많으시고 아들 하나밖에 없으신데, 혹시라도... 혹시라도 나중에 아프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그땐 어떻게 할래요?” 신이서는 그 무력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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