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8장
그는 몸을 살짝 숙이고 육시원에 다가가 여전히 고삐의 꼭 잡은 그의 손을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강렬한 압박감에 육시원은 조금 불편했다. 상대방은 말에서 내리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육시원도 밀리고 싶지 않아 독수리 같은 눈빛으로 고현진을 올려다봤다.
두 사람이 팽팽히 맞서자 말 등에 타고 있던 지아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얼른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조금 적응한 것 같으니 스스로 말을 타 보고 싶어요.”
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아서 한동안 감각을 찾지 못했다.
방금 경마장이 너무 커 말을 통제하기 어렵고, 마음이 잔뜩 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말과 잘 지내고 있으니 스스로 말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육시원은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어 주고는 고개를 끄덕여 먼저 해 보라고 했다.
한편, 말 등에 있던 고현진은 그 자리에 멈춘 채 그들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빛을 등지고 있었는데 표정이 어두운 그림자 속에 숨겨진 채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흘러 마치 가을밤의 은은한 별빛처럼 소원하고 아득했다.
육시원은 지아의 옆을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따라다녔다.
친구로서 지아가 실수로 말에서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의 눈엔 지아의 약혼자인 것 같았다.
이 모습은 고현진의 눈에 상당히 눈부셨다.
지아는 아직도 조심스럽게 몸 아래 작은 말을 통제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사실 그 말은 온순한 말이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속도를 높이려 했다.
영리한 작은 말은 빠른 걸음을 내딛더니 점점 속도를 높였다.
점점 손에 익어 의기양양해지려던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를 잡았다.
한바탕 하늘과 땅이 빙글 돌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이미 고현진의 말 등에 앉아있었다.
“진정한 승마의 즐거움을 체험해 봐요.”
가볍게 입을 여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았는데 말과 어우러져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었다.
말이 달리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졌지만 그의 가슴이 그녀의 등에 바짝 붙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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