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5장
이정민은 당황하고 수줍어하는 유은미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덴의 낙원에서 여러 해 동안 놀아본 경험으로 보아 이번 일은 그녀와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이정민의 마음속 마지막 방어선이 탁 소리를 내며 깨지자 약물 효과가 홍수처럼 그의 온몸을 덮치며 바로 서지도 못하게 했다. 유은미는 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했고 두 사람은 애매한 자세로 한데 부둥켜안았다.
유은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정민이 화를 내지 않자 대담하게 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내가 쫓아냈어. 난 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난 너를 좋아해. 대학교 때부터 항상 널 좋아했고 쭉 지금까지 좋아해.”
말을 마친 후 이정민을 꼭 끌어안았다. 다정하게 기댄 몸을 통해 육감이 감전된 것처럼 짜릿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어지러워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이정민은 본능적으로 눈앞의 사람을 꼭 껴안으며 키스를 퍼부었다.
유은미는 이정민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열정적으로 호응했다. 이정민은 그녀를 벽에 기대어놓고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듯 다정하게 대했다.
유은미는 머리가 텅 빈 것처럼 긴장됐지만 일말의 기대감이 떠올랐다. 이런 일이 생소했던 그녀는 이정민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정민이 손으로 유은미의 등을 더듬을 때 사랑에 물들어 머리가 하얘진 유은미는 침대로 쓰러졌다.
두 사람 중 누가 사냥감인지 일시에 분간할 수 없었다. 일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침대에 쓰러진 채 기진맥진해서 부둥켜안고 잠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방구석에 몇 개의 작은 ‘눈’이 붉은색 불빛을 반짝이며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이 카메라들은 모두 임나영이 설치한 것인데 아까 유은미 앞에서 제거할 수 없어 잠시 놔뒀다. 다행히 은밀하게 설정되어 발견되지 못해 임나영은 후에 다시 기회를 찾아 이 카메라를 떼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게 될 줄이야.
이정민이 저녁에 돌아오지 않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져 백은서는 이젠 묻지도 않는다.
연애할 때부터 이정민이 바람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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