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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4장

임나영은 이정민에게 약혼녀가 있고 또 그녀의 수단이 대단한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정민의 주변에는 여자가 많았지만 그녀를 대신한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 임나영이 이렇게 많이 준비한 것도 자신에게 돈줄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의 위치를 대신하지 못한다면 이참에 돈이라도 뜯고 싶었다. 어쨌든 이정민은 통이 큰 남자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여자가 나타났다. ‘보기엔 별로인데.’ 샤워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유은미는 욕실로 뛰어들었다. ‘제때 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이 여자한테 당했을 거잖아.’ “넌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 안가? 네 속내를 모를 줄 알아?” 매서운 말투에 임나영은 두려웠다. 온몸에 무장한 것처럼 오만한 이 여자가 바로 이정민의 약혼녀인 줄 착각한 임나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물건을 챙기고는 주눅이 들어 떠났다. 이 여자를 해치우는 데 시간이 걸릴 줄 알았던 유은미는 임나영이 깔끔하게 떠날 줄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한방에 먹히다니! 이런 꼴로 어떻게 나와 경쟁할 수 있겠어?’ 그녀가 멀리 떠나가자 유은미는 그제야 방문을 닫아버렸다. 방안의 불빛은 어두웠고 욕실에서는 은은한 물소리가 들려와 모호한 분위기가 한결 깊어졌다. 유은미는 지난번처럼 호텔 앞에서 기다리려고 했으나 질투심이 이성을 이기면서 그들의 뒤를 미행했다. 두 사람이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유은미는 심장에 칼이 찔린 것처럼 아팠고 심지어 꽉 닫아버린 방문은 그녀의 마음을 찢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심지어 어설픈 구실도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돌진해 왔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유은미는 물러서지 않고 용기를 내어 욕실로 향했다.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자 이정민이 비틀거리며 안에서 나왔다. 그는 지금 불편했고 몸 반응도 이상했다. 주량이 나쁜 것도 아닌데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이 들끓는 것이 냉수로 한참을 샤워해도 가시지 않았다. ‘임나영이 이상해!’ 이정민은 의식이 또렷한 틈을 타 진 비서에게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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