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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장

신이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누군가에게 재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예전에 자신이 어땠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늘 일에 파묻혀 살았고 매일매일 피곤함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미래에 큰 기대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당시 신이서는 적당히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적당한 남자친구도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그러하듯 적당한 시기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고 남자친구는 배신했고 직장동료는 그녀를 모함했다. 신이서는 그렇게 일상이 파괴되고 노력이 배신당한 순간에야 갑자기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껏 사람들이 정해둔 당연한 루틴에 숨어 모든 걸 쉽게 생각했었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런 악재들이 몰아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평생 공장에서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기계처럼 살았을 테니까. 그리고 그 역경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오지도 못했을 거고 진심으로 아내를 존중해주는 남편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송서림과 처음부터 잘 맞았던 건 아니었다. 애초에 미리 이혼할 준비까지 다 하고 결혼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서로가 너무나도 소중한 한 쌍이 되었다. 신이서는 송서림이 왜 자신에게 재밌는 사람이라고 하는지 몰라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송서림은 술에 취한 탓에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가라앉았다. “네가 나한테 설거지하라고 했을 때 이 여자 대체 뭐지 싶었어. 나는 이제껏 설거지 같은 거 해본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널 만나게 된 뒤로는 거의 맨날 하게 됐잖아.” “그것 때문에 내가 재밌다고 느낀 거예요? 그러면 서림 씨는 서림 씨한테 누가 뭐 하라고 지시할 때마다 재밌다고 느끼겠네요?” 신이서가 송서림을 아프지 않게 쳤다. 솔직히 송서림이 취하지만 않았으면 조금 더 강한 어조로 물었을 텐데 술에 취해 눈가가 빨개진 것을 보니 화를 낼 마음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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