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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장

신이서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럼 유산 때문에 우릴 부른 거예요?” “네. 수술하려면 가족의 사인이 필요하대요. 면책 문서에 사인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나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뭔 소리예요, 그게? 나이도 어린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 중요한 건 혜지 씨 생각이에요.” 유정인이 말했다. “저 진짜 결정했어요. 더는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도혜지의 말에 유정인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는 듯 쳐다보았다. 신이서와 송서림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정인이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언제 수술할 수 있대요?” “내일요. 그래서 사인해달라고 급하게 부른 거예요.” “알았어요. 사인해줄 테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지금은 혜지 씨가 가장 중요하니까.” 유정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혜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혜지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보고 신이서가 말했다. “임시후예요?” 도혜지가 고개를 끄덕였고 유정인이 물었다. “우리가 도와줄까요?” “아니요. 내가 해결할게요.” 도혜지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임시후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혜지, 어디 갔어? 왜 돈 다 가져간 거야? 난 네 남자야. 내가 돈을 관리하는 건 다 널 위해서라고. 네가 나이가 어려서 돈 함부로 쓸까 봐 그런 거야.” “넌 돈을 함부로 써봤어?” 도혜지가 차분하게 물었다. “없지, 당연히.” 임시후가 대답했다. “문이나라는 여자 동료한테 한 달 동안 스타벅스 커피 사줬더라? 커피 한 잔에 얼마나 비싼데. 내가 배가 고프다고 뭐 좀 먹겠다고 하면 뭔 입맛이 그리 잘 도냐고 했지? 네 그 동료는 입맛이 아주 잘 도나 봐? 남의 돈으로 먹는 거 보면. 밥이나 얻어먹는 사람이 언제부터 이렇게 당당해졌지? 시후 오빠?” 문이나가 임시후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농담 반 애교 반이었지만 임시후에게 아주 잘 먹혔다. “도혜지, 왜 이렇게 철이 없어? 내 휴대전화까지 훔쳐봤어? 내가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지 않는 사람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몰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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