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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장

만약 양라희의 계획을 몰랐다면 아마 신이서는 딸을 잃은 용진숙을 위해 일부러 대답을 피했을 것이다. 용진숙을 위한다는 게 도리어 자신이 오해를 사게 될 줄도 모르고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양라희의 계획은 오기 전 알아채 버렸고 이대로 순순히 당해줄 생각도 없었다. 양라희는 그녀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 영화배우요.” 신이서는 그 답변에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양라희, 너도 어르신 앞에서 어르신의 딸 얘기를 하는 게 금기인 걸 아나 보지? 그런데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양라희는 이를 꽉 깨물고 서류 봉투를 쥔 손에 힘을 쥐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에게는 아직 서류 봉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용진숙이 송서림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몰래 보안 스티커를 뜯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손님들이 많이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지금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시는 게 어때요?” “그게 좋겠다.” 용진숙은 펜을 들고 송서림을 향해 웃었다. “나, 이 계약 너 때문에 하는 거다?” “고맙습니다.” 양라희는 서류 봉투를 건네며 용진숙이 용희수에 관한 자료를 꺼내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서류를 확인하던 용진숙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라희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에 양라희가 자기도 난감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모른다고? 라희 씨가 준비한 계약서를 라희 씨가 모르면 누가 알아?” “네?” 양라희는 그 대답에 이상함을 느끼고 용진숙의 손에 들린 서류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용희수의 자료를 보고 묻는 건 줄 알았는데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건 뒷조사한 자료가 아닌 계약서였다. 용진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제일 중요한 페이지가 없어? 라희 씨, 왜 이렇게 세심하지 못해?” “네? 아니... 저는...” 양라희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던 그때 송서림이 계약서를 훑어보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체 정신을 어디에 팔고 다니는 겁니까? 오늘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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