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허남준이 자리를 피하려는 순간, 문석진도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진짜 허남준 씨네요? 이거 지금 무슨 상황이죠? 혹시 데이트 중이십니까?”
문석진의 말투엔 조롱이 묻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나지숙도 눈치를 채고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요. 원래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야 하는 법이죠.”
“본인 얼굴을 한 번 거울에 비춰 보지도 않고 감히 우리 서윤이를 넘봤다니.”
그녀의 말투는 한층 더 가시 돋친 것이었다.
하지만 허남준은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딱히 대응하지 않았다.
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나지숙은 마치 자신이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한 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옆에 있는 문석진 역시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 서윤이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요.”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
허남준은 이 상황에서 굳이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이럴수록 한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가 조용히 피하려 하자 문석진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허남준 씨, 경고하는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그냥 본인 본업인 의사나 잘하고 계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뒤 돌아서려던 문석진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병원에서 서윤이를 다시 만났다고 해서 헛된 기대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본인 수준도 모르고 다시 엮이려 들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 순간, 허남준은 무의식적으로 채청아의 표정을 살폈다.
‘청아가 혹시 불쾌해하진 않을까?’
그러나 채청아의 표정은 허남준의 예상과 달랐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남준 오빠가 계속 잊지 못하는 사람이... 설마 강서윤 씨?’
그렇다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채청아 씨도 남자 보는 눈 좀 제대로 닦으셔야겠습니다. 괜히 쓰레기 같은 남자 만나시지 마시고.”
문석진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있던 채청아는 이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한테 훈계하실 필요 없어요. 애초에 남의 결혼을 망친 사람이 그런 말 할 자격 있나요?”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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