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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허남준이 고개를 들었을 때, 강서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그때, 채청아가 입을 열었다. “남준 오빠, 아까 강서윤 씨 생각했죠?” 채청아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허남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채청아의 눈빛에 순간 스치듯 실망감이 드리웠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오빠, 두 사람 이혼했잖아요. 이제 과거는 잊고 앞을 봐야죠. 그녀 옆에 남자가 있는 것도 봤잖아요. 강서윤 씨는 이미 자신의 길을 선택했어요. 그러니 오빠도 이제 마음을 정리해야 돼요.” 채청아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허남준 역시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청아야, 오늘 일은 정말 미안해.” 허남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채청아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오빠,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난 오히려 그 강서윤이 눈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오빠 같은 좋은 남자를 놓칠 수 있어요?” 채청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두 뺨에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허남준은 잠시 넋을 잃은 듯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서윤이 회사로 돌아오자 류민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시 보러 간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강서윤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말도 마. 좀 일이 있었어.” 강서윤은 허남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류민희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설마 남준 씨를 만났어?” 류민희가 웃자 강서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말 만났어? 그럼 아직 거기에 있겠네? 나 지금 당장 만나러 갈래!” 류민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 하자 강서윤이 차갑게 말했다. “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방해하고 싶지 않으면. 그 녀석 지금 다른 여자랑 데이트 중이니까.” 그 말을 내뱉은 강서윤은 자신이 얼마나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류민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소개팅? 장소 선정 좋네. 남준 씨 소개팅 상대가 너랑 취향이 비슷한가 보다?” 강서윤은 눈살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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