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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 사람은 강산 그룹의 대표 강서윤. 내 약혼녀야.” 문석진은 얼굴에 뿌듯함을 가득 담고 소개했다. 마치 자기 소유물을 뽐내듯 강서윤을 말할 때마다 은근한 자랑이 느껴졌다. 동창들은 놀란 기색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일제히 나서서 추켜세웠다. “야, 너 정말 대단하네. 이렇게 대단한 미인을 차지하고도 우리한테 말이 없었냐.” “결혼식은 언제 올릴 건데?” 이런저런 질문이 쏟아지자 문석진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직 막 약혼한 단계야. 마침 다들 모였으니 너희 테이블은 내가 살게.” 문석진은 무심코 강서윤 쪽을 흘끗 보았다. 결국 강서윤의 돈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서윤은 그저 미소만 유지했다. 문석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딘가 낯선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던 서진이는 이런 자리를 좋아할 사람이 아닌데.’ “너 혼자 얘기하고 있어. 난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강서윤은 서둘러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동창들은 슬쩍 표정을 바꿨다. “문석진, 그룹 대표는 어떻게 해서 꼬신 거야?” “저 여자는 술 마시러 온 거면 좀 같이 놀지, 뭐 저렇게 폼 잡고 있대?”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강서윤의 태도를 못마땅해했다. 문석진은 그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제 시작이지, 뭘. 지금은 좀 도도해 보여도 내 말 잘 들어.” 그러고는 곧장 직원을 불렀다. “여기서 가장 비싼 술 가져와요.” 블랙카드를 꺼내는 문석진의 얼굴에는 자못 우월감이 서려 있었다. 그 장면에 다른 사람들 눈빛에도 부러움이 깃들었다. 그 시각, 화장실에서 나온 강서윤은 우연히 류민희와 마주쳤다. “민희야, 너 여기 웬일이야?” 강서윤은 의아했다. 류민희는 검은색 슬립 드레스를 입은 채 상당히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류민희 역시 조금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난 허 선생님이 오늘 이 바에 온다는 얘길 듣고 찾아왔어. 어떻게든 만나 보려고.” 그러면서 옷매무새를 슬쩍 잡아 보였다. “어때? 이 정도면 허 선생님 마음 좀 흔들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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