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전승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황제도 무언가에 홀린 것일까? 아이를 이렇게 오냐오냐 키우다니.
전승군은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렇게 많은 약재들을 신씨 가문에 가져다주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신경혜가 다 쓸 수 있을 것 같으냐?”
군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 쓸 수 없으면 보관하면 되지요. 어차피 언젠가는 쓰게 될 것 아닙니까?”
전승군은 순간 눈꺼풀이 뛰었다.
군이는 아까운 줄 몰랐다.
자기 집안의 것들로 남의 환심을 사려고 하다니, 게다가 상대는 나쁜 의도를 가진 남이었다.
전승군은 겨우 약재 따위를 아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군이를 완전히 현혹했다. 어제 군이는 고방을 털어서 신경혜에게 무언가를 가져다주려고 했고 심지어 큰 소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황당했다. 태의원까지 노린 신경혜는 군이를 부추겼다.
군이와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제는 무언가를, 오늘은 약재를, 내일은 또 무얼 주려고 할까?
바보 같은 아들의 모습을 보니 신경혜가 옥새를 구해달라고 한다면 옥새까지 호시탐탐 노리다가 신경혜에게 바칠 기세였다.
전승군은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명령했다.
“옮기지 말고 전부 고방으로 돌려보내거라.”
군이는 다급해졌다.
“뭘 하시는 것입니까? 할바마마께서 허락하셨다니까요...”
“아바마마를 방패막이로 삼아도 소용없다.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것이다!”
전승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군이의 옷깃을 잡아 올리면서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나와 함께 돌아가야 한다. 황궁에 남아 폐하를 귀찮게 할 생각은 하지 말거라. 황실의 것으로 그 여인의 환심을 살 생각도 하지 말거라!”
전승군은 신경혜가 정말로 남산국의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만약 신경혜가 북진국의 국경 수비 배치도를 원해서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요구한다면 군이는 아마 몰래 그의 문방으로 들어가서 배치도를 훔쳐 신경혜에게 가져다줄지도 몰랐다.
그러니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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