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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태자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약재를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 것이냐? 대군 저택에는 없는 것이냐?” “있사옵니다. 하지만 저택의 얄미운 여인이 약재를 가져가지 못하게 막아서 할바마마께 부탁드리는 것이옵니다.” 군이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 소명제와 태자는 군이 말을 듣고 곧바로 그 여인이 누군지를 깨달았다. “약재는 무엇에 쓰려고 그러는 것이냐? 몸이 안 좋은 것이냐?” 소명제는 곧바로 군이의 어깨를 쥐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살펴봤다. “아니옵니다! 제가 쓰려는 것이 아니옵니다.” 군이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환이에게 주려고요. 어머니께서는 환이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 몸조리를 위해 많은 약재를 써야 한다고 하였사옵니다. 하지만 일부 진귀한 약재들은 황실에만 있어 밖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래서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하였사옵니다.” 군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명제의 손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 “태의원에는 매년 약재가 아주 많으니 할바마마께서 혼자 다 드시지도 못할 것 아니옵니까? 저한테 조금만 나눠주시면 아니 되옵니까?” ‘그런 이유라니.’ 소명제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혼인을 명해달라는 것만 아니면 다 사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소명제는 여전히 조금 언짢았다. 군이는 신경혜와 안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자발적으로 그녀를 돕겠다고 나섰다. 혼인을 명해달라고 하지를 않나, 궁중의 약재를 나눠 달라고 하지를 않나. 군이는 황실의 유일한 황손으로 어렸을 때부터 귀하게 자랐고 많은 이들이 금이야 옥이야 아끼면서 키웠다. 그런 그가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다니. 게다가 그 상대는 안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남남이었다. 군이가 아무리 신경혜를 칭찬한다고 해도 이미 신경혜에게 편견을 가진 소명제는 여전히 신경혜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그녀를 의심했다. 다만 군이 앞에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을 뿐이었다. “약재는 별거 아니다. 가지고 싶다면 사람을 데리고 태의원으로 가서 챙기거라. 얼마든 챙겨도 된다. 군이가 행복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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