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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다른 가정부들은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러 갔다. 누구도 감히 목소리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았고 정아를 동정하지도 않았다. 가정부로서 말조심하지 않는다면 고용주에게 잘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아는 여전히 포기할 수 없어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내동댕이치며 신윤아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신윤아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타인에게 관심이라곤 하나도 없던 신시후가 신지수를 위해 나서주었기 때문이다. 신윤아는 신시후를 오빠로서 좋아하기도 하면서 두려워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매번 신시후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지만 신시후는 여전히 냉담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기에 그녀의 열정도 점차 사라졌다. ‘설마 신지수가 친여동생이라서 나랑 차별 대우하는 건가?' 신윤아는 이를 빠득 갈았다. 애써 무시하고 있던 위기감이 다시 느껴졌다. 신지수야말로 신씨 가문의 진짜 딸이었고, 설령 신지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놀고만 있어도 당연하게 신씨 가문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빼앗지 않으면 신지수에게 이미 밀려나고 말았을 것이다. 신윤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정아의 손을 잡았다. “정아야, 네가 그동안 날 위해 열심히 일해줬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오빠가 결정한 일이니 나도 어쩔 수가 없단다. 너도 알잖아, 내가 이 집안에서 어떤 존재인지. 일단 한동안 쉬고 있다가 나중에 상황을 봐서 다시 널 부를게, 어때?” 정아는 하는 수 없이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윤아는 웃으며 보석함에서 귀걸이 한 쌍을 꺼내 정아에게 주었다. 그것은 이번 여름 시즌 신상이었다. 아직 정식으로 판매되지도 않은 유명한 디자이너의 제품이었고 사파이어 보석이 박혀 있어 최소 2000만 원 정도 했다. 정아는 심장마저 빠르게 쿵쿵 뛰었다. 놀라우면서도 아주 기뻤다. “아가씨, 이, 이걸 정말로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당연히 너한테 주는 선물이지. 네가 하면 더 예쁠 것 같아.” 신윤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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