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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물세례를 받은 여학생은 앞머리도 젖은 채 얼굴에서 물기를 뚝뚝 떨구며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감히...” 내로남불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놓고 하는 말이었다.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물을 퍼붓는 건 괜찮지만, 자기가 맞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화가 난 여학생은 교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며 말했다. “너희들은 신지수랑 친구가 될 수 있어? 나는 싫어! 이런 사람을 얼른 쫓아내야 해!” 삽시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학생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조용하던 교실은 이내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찼다. “아, 들었어? 신지수가 신윤아의 혼사도 빼앗아 갔대.” “나도 들었어! 육씨 가문에서 이미 청첩장을 보냈다고 하더라고. 약혼식은 다다음 주로 예정되어 있고 결혼식은 다다음 달이더라.” “어쩐지 신윤아가 이틀 동안 학교에 안 온다 했어. 충격받아서 앓아누운 거지.” “쯧쯧. 신지수는 정말 뻔뻔하네. 신윤아랑 육서준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원래 정해진 혼사가 바뀌었으니 누군들 그 충격을 견딜 수 있겠어.” “그것도 신지수의 운명이겠지. 잊지 마. 신지수야말로 신씨 가문의 진짜 딸이라고.” “진짜 딸이면 또 어때? 그래도 선착순 아니야? 막말로 해서 누가 당시 잘못 안으라고 했나? 이제 와서 자기 자리를 되찾았다고 다른 사람이 이룬 성과를 가로챈다는 게 말이 돼?” 들끓는 의론은 경멸과 다툼과 함께 점점 더 격렬해졌다. 물벼락을 맞은 여학생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 만족하며 먼저 나서서 외쳤다. “신지수, 꺼져!” 교실에 있던 친구들은 말로 뭇매를 가했다. 신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여유로운 모습으로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었다. 신지수에게 아무런 반응도 타격도 없자 여학생은 또다시 손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복도에 조용히 서 있던 그림자가 움직이며 긴 다리로 몇 걸음 만에 교실로 들어왔다. 들끓던 교실에는 한순간 침묵이 내려앉았다. 조금 전까지 목청을 내세우던 몇 명은 마치 목에 무엇인가가 걸린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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