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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사람이 기절하거나 심지어 혼수 상태에 빠질 리도 없었을 것이다. 신지수가 병실로 들어설 때 몇 명의 대가들은 옆에서 치료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고 지성의 두 부하는 벽 쪽에 서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지현성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신지수가 손을 내밀어 맥을 짚었다. 치료 방안을 논하던 대가들이 그녀의 행동을 보고는 말을 멈췄다. 그중 신지수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대가가 외쳤다. “뭐 하는 거야! 누가 너 같은 어린 계집을 들여보낸 거야! 당장 나가!” 다른 사람이 그의 팔을 잡고 조용히 말했다. “진 대가, 조심해. 저 아이는 노현호의 친 외손녀야. 노현호가 말했잖아. 한의원은 손녀가 이어받을 거라고...” “노현호도 노망이 든 거야?” 진성훈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신지수와 노현호의 관계를 알면서도 그는 신지수를 아니꼽게 여겼다. “이 어린 계집애가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다 비웃어!” “맞아. 우리 한의원의 명성이 저 어린 계집애의 손에 무너질 거야!” 이렇게 말한 대가들은 평소 노현호와 함께 진료를 다니던 사람들로 외부인들에겐 제자처럼 비쳤다. 나이가 많은 노현호에게 후계자가 없었으니 앞으로 한의원은 이 제자들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변수, 신지수가 나타난 것이었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후계자인 신지수에 대한 불만이 컸다. 맥 짚는 데 집중하고 있던 신지수는 옆에 있던 대가들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녀가 손을 거두자 지성이 재빨리 다가와 물었다. “어때? 아버지는 어떤 상태야?” 신지수가 답했다. “맥상으로 봤을 때 특별한 이상은 없어.” 그때 한쪽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진성훈이 신지수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 계집애가 본 건 있네. 우리가 환자의 맥상이 문제가 없다고 하니 그대로 따라하잖아. 왜? 그렇게 따라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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