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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장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짧게 대꾸한 이도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무심하게 셔츠의 단추 두 개를 뜯었지만 여전히 짜증스러운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육이준은 더 장난하지 못하고 곧바로 노씨 가문으로 달려갔다. 아직 노현호의 장례가 끝나지 않아 노씨 가문은 온통 흑백으로 물들어 있었다. 노현호는 국의 대가로서 높은 존경을 받았고 젊은 시절에는 은침으로 사람을 살리고 독약으로 사람을 죽일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물이었다. 천하의 재벌가에서도 노현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문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육이준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신지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육이준은 노수정에게 신지수의 행방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친엄마니까 대충 알지 않을까? 하지만 신지수의 이름만 말했을 뿐인데 노수정이 차갑게 말을 가로챌 줄이야. “그 불효자식은 이제 우리 신씨 가문과 상관없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아.” 육이준은 뒷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 순간 그는 신지수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 친엄마조차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는데 정말 사고라도 생기면 죽어도 시체를 찾아줄 사람이 없지 않겠나. 육이준이 신강욱을 찾아갔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신강욱은 두 눈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딸은 마음이 차갑고 매정해서 곁에 둘 수가 없어.” “...” 남의 집 일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신지수가 도저히 연락이 되지 않아 육이준은 이렇게 물었다. “대표님, 신지수가 학교도 안 나왔는데 걱정되지 않으세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신강욱이 되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다고 그래?” “...” 육이준은 말문이 막혔다. 신강욱은 바빠서 이만 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떴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뜨던 육이준이 뒤를 돌았을 때 신시후와 마주쳤다. 신시후는 당연히 조금 전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먼저 물었다. “신지수가 왜요?” “연락이 안 돼요. 사람도 안 보이고.” 확실한 소식이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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