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장

지난 생 이맘때, 양부모의 아들 즉 양오빠 신정우는 그녀를 기절시켜 호텔 방에 가두어 빚을 갚기 위한 도구로 빚쟁이에게 바치려는 계략을 꾸몄다. 당시 악마의 소굴에서 벗어나려고 어쩔 수 없이 창문에서 뛰어내렸지만 뒤쫓아온 신정우가 오른손을 부러뜨린 나머지 더는 침을 놓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생에는 선공격을 날려 스스로 살길을 마련할 생각이다. 한편, 입구에 빚쟁이를 데리고 나타난 신정우는 굽신거리며 말했다. “현태 형, 여기예요. 여동생을 넘기면 제가 빚진 돈은 한 번에 청산해준다는 약속은 잊지 않았죠?” 빚쟁이 김현태는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빚을 탕감하기 위해 진짜 여동생을 배신할 줄은 몰랐네.” “어차피 친여동생도 아니라...” 신정우가 중얼거리더니 잽싸게 태세 전환했다. “현태 형, 룸키는 여기 있어요.” 키를 건네받은 김현태는 다급하게 손잡이에 가져다 댔다. 며칠 전 빚 독촉하러 갔다가 신지수를 얼핏 본 적이 있었는데, 나이는 어려도 외모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흑심을 품었던 김현태는 며칠을 참은 끝에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게 되어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곧이어 뒤따라온 부하들이 휘파람을 불며 맞장구를 쳤다. “현태 형, 오늘 복이 터지는 날인가 봐요?” 김현태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나머지 뱃살이 출렁거렸다. 이내 어두컴컴한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대답했다. “네 놈들은 얌전히 기다려. 설마 형이 혼자서 독식하겠니?” 부하들의 환호성이 대뜸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때, 김현태가 방에 발을 들이자마자 어둠 속에서 꽃병이 날아와 머리를 강타했는데 금세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김현태를 때린 꽃병이 가장 가까이 있는 신정우의 머리를 내리쳤다. 곧바로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고, 그제야 김현태의 부하들은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방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복도의 훤한 불빛이 신지수를 비추었다. 손에 든 꽃병의 밑바닥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고, 싸늘하고 무표정한 얼굴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동자까지 더해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상케 했다.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신정우는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신지수를 바라보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양동생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동안의 조신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살벌한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심장을 꿰뚫을 기세였다. “젠장!” 머리를 얻어맞은 김현태가 욕설을 퍼붓더니 버럭 외쳤다. “멍하니 서서 뭐 하냐! 얼른 저년을 붙잡아. 오늘 밤 아주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곧이어 부하들이 뛰어와 신지수를 제압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냥 붙잡힐 그녀가 아니었다. 신지수는 손에 든 꽃병을 던지고, 동시에 뒤에서 기습하는 공격을 피한 다음 코앞에 있는 남자의 무릎을 발로 가격해 바닥에 쓰러뜨렸다. 마지막으로 조금 전에 버렸던 꽃병을 주어 내동댕이쳤다. 쨍그랑! 꽃병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부하들은 물론 김현태와 신정우도 무의식중으로 피했고, 이 틈을 타 신지수는 복도 끝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옆에 비상구까지 이어졌다. 비상구로 들어서기 전 뒤를 돌아보자 피범벅이 된 김현태와 신정우, 그리고 뒤를 쫓는 부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험상궂은 얼굴은 당장이라고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신지수는 피식 웃더니 중지를 내밀었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라고! 김현태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고래고래 날뛰면서 외쳤다. “잡아!” 부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부는 계속 뒤를 쫓았고, 다른 한 무리는 지름길로 에돌아가 신지수를 막으려고 했다. 김현태가 냉소를 지으며 신정우에게 말했다. “오늘 저년을 놓치면 도박 빚은 이자까지 붙여서 받아낼뿐더러 네놈의 한쪽 손모가지를 잘라서 화풀이할 거야!” 이에 신정우는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말한 대로 하는 김현태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빌어먹을 여자 같으니라고, 신지수만 아니었다면 이런 위협에 직면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현태 형, 걱정하지 마세요. 저년을 꼭 붙잡아서 데려올게요.” 말을 마치고 나서 머리에 상처가 남아있는 채로 재빨리 신지수가 도망간 방향을 따라 뛰어갔다.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고, 일단 쫓아가서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그녀의 팔다리부터 부러뜨릴 작정이었다. 호텔 밖은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큰 교차로였고, 신지수는 도망가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정면과 좌우 양측 도로에 김현태의 부하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포위된 상태에서 나중에 뒤따라온 신정우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지수, 어디 한 번 도망쳐보던가? 설령 세상 끝까지 간다고 해도 다시 붙잡아올 테니까. 어차피 넌 영원히 내 손바닥 안에 있어.” 신지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살조차 찌푸리지 않았다. 사방이 김현태의 부하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도망가는 건 글렀다. 누가 봐도 건드리면 큰일 나는 조폭을 상대로 행인들은 피하기 급급한지라 괜히 참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지수는 혼자서 외로이 감당해야만 했다. 신정우는 머리에 흐르는 피를 대충 닦으며 신지수를 향해 다가갔고, 부하의 손에서 몽둥이를 빼앗아 그녀의 다리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망할 계집애가 잘도 뛰어다니네? 어디 한번 도망가 봐!” 마치 전생의 장면이 눈앞에서 재현된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 그는 오른손을 부러뜨렸고, 이번 생에는 다리를 노렸다. 몽둥이가 닿기 직전 신지수는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신정우의 손목을 덥석 잡고 등 뒤로 꺾어버렸다. 그리고 근골과 혈자리를 노려 뒤집기로 바닥에 쓰러뜨린 다음 옴짝달싹 못 하게 붙잡고 있었다. 팔은 뒤틀린 채 등 뒤로 향했고, 뼈마디가 어긋나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신정우는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 비명을 질렀다. “아악! 아파! 이거 놔! 얼른.” 신지수는 꿈쩍도 안 했다. 이는 전생에 옥살이하면서 익힌 포박술로 수없이 괴롭힘을 당한 이후 동료 수감자 중 한 명에게 배웠던 기술이다. 지금 몸이 약해 기력이 딸리지만 않았더라도 신정우의 팔을 당장 부러뜨렸을 텐데! 신정우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신지수는 되레 웃음이 나왔고, 무표정한 얼굴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아파? 네가 내 오른손을 부러뜨렸을 때 훨씬 더 고통스러웠거든?” 신정우는 어리둥절하다가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미친년 아니야? 내가 언제 네 손을 부러뜨렸다고 그래!” 분명 다리를 부러뜨리려고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역공당했다. 신지수는 아무 대답이 없었고, 단지 모든 게 원망스러웠을 뿐이다. 전생에 신정우가 그녀의 손을 부러뜨린 탓에 10년 동안 열심히 배운 의술이 무용지물로 되었고, 마지막 자존심과 자신감마저 무너뜨렸다. 결국 스스로 방어할 힘조차 없이 비참하게 무너져 목숨까지 잃었다. 따라서 신지수는 그를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점점 더 주며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맞은편 건물 안에서 누군가 술잔을 흔들며 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다름 아닌 육씨 가문 셋째 도련님 육이준이다. 재미난 구경거리를 감상하다가 이내 뒤를 돌아 가죽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형, 이리 와서 구경해요. 밖에 어떤 여자애가 장난 아니에요. 1대 10으로 싸우고 있다니까?” 그 말에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희미한 조명을 받아 통유리창에 천천히 걸어오는 훤칠한 모습이 비쳤다. 큰 키에 귀공자 같은 남자는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흘러넘쳤고, 수제 맞춤 정장이 몸에 딱 들어맞았다. 게다가 일거수일투족은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느껴져 숨이 막힐 지경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다. 이도하는 신명시 이씨 가문의 수장으로서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졌다. 그리고 영락없는 미친놈이자 성질이 하도 변덕스러워 예측 불가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따라서 그를 피하기 급급했고, 괜히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매장당할지도 모른다. 이런 거물이 고작 강성시에 모습을 보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도하는 거리의 광경을 흘긋 쳐다보더니 관심이 없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게 재밌냐?” “당연하죠!” 육이준은 술잔을 흔들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말했다. “최근에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저 여자애가 바로 신씨 가문에서 잃어버렸던 친딸이거든요. 곧 상봉하게 될 진짜 공주와 가짜 공주라니! 이보다 흥미로운 일이 있을까요?” 신씨 가문? 이도하의 그윽한 눈동자가 빛이 반짝거렸다. 육이준이 눈썹을 까딱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만약 그 물건이 진짜 신씨 가문에 있다면 한번 찾아가서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도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새까만 눈동자로 밖에 있는 신지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내 입술을 달싹이며 무심하게 말했다. “저 눈이 마음에 드는군.” “반했어요?” 육이준이 농담을 건네려던 찰나 이도하가 유유히 말을 보탰다. “파내고 싶어.” 이내 말문이 턱 막혔고, 한참이 지나서야 혀를 끌끌 찼다. “형은 진짜 살아있는 악마예요.” 한편, 호텔 앞 광장. 팔이 꺾인 신정우는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 채 아픔을 참으며 김현태의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멍하니 서서 구경만 하는 거야? 얼른 붙잡지 않고 뭐해? 현태 형한테 뒤지고 싶어?” 부하들이 신지수를 붙잡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헤드라이트가 번쩍이더니 억대가 넘는 고급 승용차 몇 대가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유일무이한 차종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며, 워낙 스케일이 커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는 강성시 제일의 명문가 신씨 가문의 차였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부하들은 본능적으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갑부 신씨 가문은 고작 그들이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신정우는 아직도 욕설을 퍼붓기 바빴다. 신지수는 시간을 재며 혼잣말로 카운트다운을 했다. “3, 2, 1...” 그리고 말을 마치자마자 서늘한 밤바람을 타고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누군가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 “딸, 우리 딸... 드디어 찾았구나!”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