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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임하나가 문을 열자 소이현이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육현우가 선물한 스카프까지 손에 들고 말이다. “하나야?” 임하나가 돌아온 것을 본 소이현은 얼른 물건을 다시 쇼핑백에 넣고 일어나서 임하나의 손을 잡았다. “하나야. 언제 숙소로 돌아온 거야?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임하나가 손을 빼며 소이현의 앞을 지나쳐 답했다. “넌 숙소에서 나갔잖아.” “그래. 물건 가지러 왔어.” 소이현이 다가와 쇼핑백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나야. 저 스카프 네 거야?” “그래.” 임하나가 소이현을 보며 낯선 눈빛으로 말했다. “문제 있어?” “아니.” 소이현이 거짓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난달 출시된 루이비통 한정판이라서. 비싼 건 물론이고 사기도 힘든 스카프야. 어떻게 구매한 거야? 나도 하나 사고 싶어.” 임하나가 쇼핑백을 보았다. 확실히 루이비통 로고가 있었다. 육현우가 선물한 스카프였는데 원래 받을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보지도 않은 탓에 그렇게 비싼 물건인지 미처 몰랐다. “친구가 준 거야.” 임하나가 말했다. “나도 잘 몰라.” “어떤 친구?” 소이현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해서 물었다. 임하나와 수년 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소이현은 임하나에게 친구가 없다는 것쯤은 아주 잘 아는 사실이었다. 육성재와 소이현을 제외하면 임하나에게 친구란 없었다. 임하나가 담담하게 답했다. “너는 모르는 사람이야.” 소이현이 뭐라고 더 얘기하려던 찰나 그녀의 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소이현은 임하나가 들으라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성재야... 응. 나 숙소에. 그래. 점심에 프랑스 레스토랑 가자. 저번에 갔던 거기 있잖아... 응. 그럼 이따가 거기 갈게.” 통화를 마친 소이현이 임하나에게 말했다. “하나야. 그럼 쉬어. 난 갈게.” 임하나는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소이현이 그 모습을 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는 숙소를 떠났다. 프랑스 레스토랑. 소이현이 음식을 주문하고는 메뉴판을 육성재에게 주었다. 육성재는 소이현이 주문한 음식들을 보더니 몇 가지를 취소하며 말했다. “뭘 이렇게 많이 시켜. 다 먹을 수 있어?” “다 못 먹으면 어때. 맛만 보는 건데 뭐.” 소이현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육성재가 취소한 비싼 거위 간 요리를 다시 주문했다. 육성재가 소이현을 보며 물었다. “너 예전에는 이렇게 낭비하지 않았잖아.” 육성재와 임하나가 연애할 때에 가끔 식사 자리에 소이현을 불렀다. 그때의 소이현은 육성재의 앞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훗날 육성재는 소이현이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생긴 열등감으로 그렇게 행동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일 기억에 남은 일은 셋이 식사를 하고 떠날 때 소이현이 다시 룸에 들어가 남은 음식들을 포장한 것이었다. 그 시절의 소이현은 지금 프랑스 요리를 먹는 소이현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육성재의 눈빛을 의식한 소이현이 메뉴판을 닫으며 말했다. “내가 너무 많이 주문해서 혹시 음식값이 아까워?” “아니.” 육성재의 집은 아주 잘 살았다. 부모님은 모두 대학교 교수였기 때문에 이깟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소이현과 육성재가 만나고 나서 육성재는 줄곧 소이현을 데리고 소비가 비싼 장소에 드나들었다. 예전에는 뭐가 문제인지 몰랐지만 오늘 병원에서 임하나를 보았던 탓일까. 그는 순간 본인과 소이현 모두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독 임하나만 그대로였다. “성재? 너 왜 그래?” 소이현이 손을 들어 육성재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너 무슨 일 있어? 오늘 밤 왜 계속 정신을 다른 데다 팔아?” 육성재가 생각을 정리하며 답했다. “아냐.” 소이현이 거위의 간을 자르며 무심한 듯 내뱉었다. “하나가 학교 숙소로 들어갔어.” 육성재의 손이 멈칫했지만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오후에 물건 가지러 숙소에 갔다가 마주쳤어. 손에 루이비통 쇼핑백을 들고 있더라고. 안에 내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스카프가 있지 뭐야. 친구가 줬다는데 친구 누군지 물어도 대답도 안 해주더라고.” 소이현은 말하며 육성재를 빤히 보았다. 육성재가 미간을 구기며 답했다. “그래?” 소이현은 손으로 턱을 받치고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난 또 네가 몰래 사준 건가 했어.” “내가?” 육성재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나 아냐.” “너 아닌 거 알아. 네가 선물했다고 해도 난 화 안 내. 우리가 하나한테 잘못하긴 했잖아. 만약 스카프로 하나가 우릴 원망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건 찬성이야. 하지만... 우리 말곤 하나한테 친구가 없잖아. 평범한 친구라고 해도 그렇게 비싼 물건을 선물할 수는 없어. 혹시 하나한테 남자친구가 생긴 건 아닐까?” 육성재가 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소이현의 말에 육성재는 속이 거북해졌다. 그는 화장실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나서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담배를 모두 태우고 나서야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주머니를 뒤졌고 그제야 폰을 식탁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이현은 그의 폰을 들어 잠금을 해제하고 쇼핑 앱을 뒤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이현은 육성재 말고는 임하나에게 그렇게 귀중한 물건을 선물할 사람은 없다고 확신했다. 한참을 뒤진 끝에 육성재가 예전에 스카프를 주문한 내역을 찾아냈다. 내역서를 확인한 소이현의 안색이 변했다. 그건 소이현이 엄청나게 갖고 싶었던 스카프로써 오랫동안 육성재에게 사달라고 졸랐던 스카프였다. 소이현이 한껏 기대하고 있을 때 육성재로부터 스카프가 품절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품절이 아니라 육성재 스스로가 구매를 취소한 것이었다. 왜 취소한 것일까. 답은 간단했다. 육성재가 소이현에게 스카프를 사주기 싫었던 것이다. 2분 뒤. 식탁으로 돌아온 육성재는 폰을 슬쩍 보았다. 폰은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소이현이 거위의 간을 잘라서 육성재에게 주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성재야. 이거 너 먹어.” “고마워.” 이튿날 아침. 임하나는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했다. 부서 동료들이 아직 오지 않은 틈을 타 그녀는 육현우가 선물한 쇼핑백을 들고 가만히 육현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커튼이 닫힌 사무실은 조용했다. 바로 사무실 테이블에 다가간 임하나는 왼쪽 소파에 사람이 앉아있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임하나가 쇼핑백을 놓고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할 때 소파에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대표님!” 아주 딱 걸린 것이다! 셔츠 단추를 살짝 풀고 검은색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는 육현우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은 듯 웃는 얼굴로 임하나를 보며 말했다. “무슨 도둑이 이렇게 삼엄한 회사 경비를 뚫고 들어오나 했는데. 하나 씨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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